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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악단 언급 안 한 남북 … “체제선전 잡음 피하려는 것”

중앙일보 2018.01.16 01:29 종합 3면 지면보기
남북이 15일 140명 규모의 북한 예술단 방한에 합의하며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때 대규모의 북한 대표단 파견을 위한 첫 단계를 마무리했다.
 

‘삼지연 악단’ 구체 내용은 안 밝혀
북 “17일 실무회담” 전통문도 보내
“남측 입간수 못하면 제사상 될 수도”
북 언론은 전날 이어 위협적 논평

북측은 이날 회담장 안에선 날씨로 대화를 풀면서 회담장 바깥에선 날선 비난으로 화전양면을 구사했다.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실무협의에서 북측 단장(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은 “봄이 빨리 오려는가 보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남측도) 대교향악에 열렬히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견지에서 오늘 회담을 잘해 예술단의 남측 공연이 성과적으로 해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대교향악’이라는 표현을 써 대규모 예술단 파견을 준비하고 있음을 미리 알렸다.
 
북측은 이날 회담 도중엔 전통문을 보내 “17일에 (차관급) 실무회담을 하자”고 알리기도 했다. 전날 각종 관영매체를 통해 “대표단 버스와 열차가 아직 평양에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위협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북한이 이날 회담에서 모란봉악단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놓고 “잡음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국내에서 모란봉악단의 곡목 선택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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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반면 이날 조선기자동맹 중앙위 부장 김철국 명의의 논평에서 “(남측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제사상)으로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조선 보수언론들 속에서 동족의 성의를 우롱하고 모독하는 고약한 악설들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경악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부적으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돌출 위협’으로 향후 협의 상황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북측에서 내려온다는 삼지연 관현악단과 관련, “북한 측은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회담 참석자는 전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뇌관이 여전해서다. 북한의 예술단은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문화 전위대’다. 이 때문에 북한 예술단의 공연장 준비와 대우 등을 위한 사전협의 때 북측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북측 대표단의 방한이 중요하지만 향후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실무 조정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남북이 선수단 파견이 아닌 예술단 실무협의부터 진행한 데 대해서도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예술단은 무대 등 기술적으로 사전에 준비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로 방문으로 대북제재 피하나=북한이 예술단의 판문점을 통한 육로 방문을 요청하면서 북한 대표단의 방문도 육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을 이용할 경우 남측 정부가 2016년 12월 발표한 독자제재에 해당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북한 국적의 인원 및 선박 이동을 규제하는 대북제재망을 북측 스스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는 고려항공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금융거래를 차단했다.
 
일각에선 판문점을 통한 이동에는 유엔사령부, 즉 주한미군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해 미국을 향한 떠보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했던 육로를 활용함으로써 남북 화해 분위기를 고려한 측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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