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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디지털 영토’ 넓히는 알리바바, 마윈의 야망은 어디까지?

중앙일보 2018.01.15 10:43
각종 전자 기기에 관심이 많은 김 모(41) 씨는 요즘 짬이 나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사이트인 ‘알리 익스프레스’를 뒤진다. 지난해 큰아들을 위한 생일선물로 드론을 구매한 게 첫 쇼핑이었다. 이후 그는 액션캠, 빔프로젝터, 전동 킥보드 등을 이곳에서 샀다. 김 씨는 “품질은 고가 브랜드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비슷한 제품을 살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국내서 ‘알리 익스프레스’ 이용 해외 직구족 급증
클라우드·온라인 결제·음원 유통 시장으로 발넓혀
브라우저·AR·핀테크 등 진출하며 글로벌 영향력↑
5개국에 ‘다모아카데미’ 설립, 인류문제 해결 선언
마윈 "알리바바는 세계 혁신 이끄는 엔진 될 것”

한국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디지털 영토’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아직 국내에 본격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막강한 플랫폼과 가격 경쟁력,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스며든 것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다. 해외 직구족 사이에선 한번 들어가면 너무나 싼 가격에 매료돼 빠져나갈 수 없다며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쇼핑몰로, 한국어 번역 서비스도 지원한다. 결제가 간단하고, 본인 집 주소로 바로 배송받을 수 있어 이용이 쉽다. 타오바오는 중국 내수용 쇼핑몰로 중국어만 지원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상품 가격은 더 저렴해 ‘고수’급 해외 직구족은 이곳을 더 자주 찾는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5일 해외 직구족이 즐겨 찾는 캐시백 사이트인 ‘이 베이츠’에 따르면 2016년까지만 해도 알리 익스프레스는 한국 직구족의 거래액 상위 쇼핑몰 순위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거래액이 전년의 세배 이상으로 늘면서 아마존의 거래액을 추월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 전 한석 이사는 “디지털 시대 상품 교역에서 국경은 사라졌고, 소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물품을 사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진다”며 “알리바바의 국내 소매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역직구(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구매)도 알리바바의 입김이 세다. 한국 기업, 입장에선 중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쇼핑몰에 입점해야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로지스틱스ㆍCJ대한통운 등 물류업체는 알리바바와 제휴를 맺고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KTㆍSKC&C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이를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정보기술(IT)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IT 담당 임원은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기간인 ‘광군제’ 때 수억건의 결제를 처리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처음에는 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아마존ㆍ마이크로소프트(MS)를 위협할 정도로 국내 이용 기업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다음 달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도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다. 중국 기업으로선 10년 만에 올림픽 후원사로 나선 알리바바는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해 자사의 서비스 ‘알리인’을 알릴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알리인 개발자의 축제인 윈치(雲棲) 대회에서 향후 2~3년 내 아마존과 함께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양강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바바의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는 롯데ㆍ신세계ㆍ신라 등 3대 면세점과 백화점을 포함해 국내에 3만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은행 ‘카카오뱅크’는 알리바바로부터 2000억원 대의 투자를 받고,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알리바바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에 355억원(지분 4%)을 투자해 온라인 음악 유통 사업 등을 협력하고 있다. 최근 게임 부문에 10억 위안(164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알리바바는 국내 모바일 게임 제작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실 이런 알리바바의 움직임은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중국 시장을 석권하며 몸집을 키운 알리바바는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 곳곳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다. 분야도 모바일 브라우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 핀테크 등으로 각양각색이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구글ㆍ애플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이 되겠다는 마윈의 포부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승호 선문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사업 지역과 대상이 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에 한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마윈의 그간 발언을 분석해보면, 이제 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고 전자상거래 이외의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크다고 느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의 모바일 인터넷브라우저인 UC는 인도ㆍ인도네시아에서 크롬을 제치고 1위다. 데이터 용량이 적은 저가폰이 많이 보급된 지역 특성상  크롬에 비해 용량이 4분의 1 수준인 UC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호주 멜버른에 본부를 열고, 말레이시아에 물류 및 전자상거래 허브를 구축하는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첨단산업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도 연구개발(연구·개발)에 나선 지는 이미 오래됐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알리바바가 투자한 기업도 증강현실(AR) 기술업체 스위스의 ‘웨이 레이’와 미국의 ‘매직리프’, 핀테크 기업 태국의 어센트머니와 인도의 페이 티엠,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라바다’ 등으로 다양하다. 일본의 혼다와는 커넥티드카 공동 개발에 힘을 합쳤고, 전기차 제조업체 샤오펑 자동차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동차 분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마윈의 야심은 그가 윈치 대회에서 공개한 ‘다모아카데미’ 설립 계획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ㆍ미국ㆍ러시아ㆍ이스라엘ㆍ싱가포르 등 5개국 7개 도시에 인공지능ㆍ사물인터넷(IoT)ㆍ양자컴퓨팅 등을 연구하는 일종의 미래기술 연구소다. 첨단 기술 분야에 150억 달러의 투자를 공언한 마 회장은 “알리바바는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혁신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은 알리바바가 세계 IT 혁신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윈이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알리바바가 글로벌 시장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면서 미국에서도 알리바바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곳이 늘고 있다. 투자자문사 MKM 파트너스의 롭 샌더슨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에서 “알리바바가 애플ㆍ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 등 미국 IT기업을 제치고 2020년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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