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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트럼프 규탄, 속으론 이스라엘과 갈등 꺼려

중앙선데이 2018.01.14 01:00 566호 15면 지면보기
아랍 국가들 반응
팔레스타인의 항의시위와 이슬람권의 규탄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제3의 인티파다(intifada, 팔레스타인 봉기)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격앙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아랍 개별 국가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시아파 이란의 세력 확대에 따른 수니파 국가들의 견제,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의 위협 등으로 아랍국가들의 입장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적의 적’일 수 있는 이스라엘이나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의 협력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의 갈등 재연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국내 정치적 문제 등으로 마지못해 트럼프의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길을 찾는 나라도 있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내 코가 석 자’라서 입으로만 동조하는 ‘립 서비스’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루살렘이면 어떻고 라말라면 어떠냐’는 식의 무관심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한다. 중요한 것은 고통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해방시키는 것이라는 실용적 논리다.
 
최근 터키 위성채널 메카멜린이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이집트 정보 당국의 고위 인사는 “팔레스타인은 저항할 수가 없고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우리 문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정치분석가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걸프에는 지금 체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별로 이루어질 일이 없다. 걸프는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를 필요로 한다. 이런 모든 문제 가운데 예루살렘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설령 라말라가 팔레스타인 수도가 되더라도 그것이 전쟁을 종식하고 희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면 그 길로 가겠다는 분위기가 아랍권에서 짙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 돼 가고 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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