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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휘관 오판이 참사 키웠다”…소방청 제천 화재 조사결과 발표

중앙일보 2018.01.11 18:30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 단장이 11일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지난달 21일 발생한 제천 화재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 단장이 11일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지난달 21일 발생한 제천 화재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 복합상가건물(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참사에서 현장 지휘관의 초동조치 미흡이 피해를 키웠다는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방합동조사단 “2층 구조요청에도 즉각 반응 못해 피해키워”
충북소방본부장 직위해제, 제천소방서장 등 3명 중징계 요구
화재 초기 대응단계 높이고 소방차 우선차로제 등 대책 발표

 
소방합동조사단은 11일 제천체육관에서 제천 화재 조사결과 최종브리핑을 열고 “현장 지휘관들이 신속한 초동대응과 적정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지시를 제대로 내렸어야 했지만, 정보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다”며 “2층 내부에 구조 요청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휘관으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화재는 이날 오후 3시 53분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2층에 사람이 많다. 빨리 구조해 달라”는 추가 신고를 받은 119상황실은 이를 현장에 출동한 제천소방서 화재조사관(오후 4시 4분·4시 6분)과 지휘조사팀장(4시 9분)에게 세 차례 알렸다. 하지만 4시 6분에 도착한 구조대에게는 전달하지 않아 20명이 숨진 2층 여자 목욕탕 인명수색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천소방서장 역시 4시 16분에 지휘권을 이양받으며 “2층에 다수의 구조요청자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1층 화재진압과 LP가스 탱크 폭발 방지에 주력했다. 소방서장은 2층 건물 진입지시를 17분 뒤 내렸다.
제천 화재참사 관련 현안보고가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렸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오른쪽 둘째)가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일 충북소방본부장,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중앙포토]

제천 화재참사 관련 현안보고가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렸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오른쪽 둘째)가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일 충북소방본부장,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중앙포토]

 
합조단은 현장 지휘 총책임자인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에 대해 “2층에 구조 요청자들이 많다는 정보를 여러 번 들었음에도 화재진압 후 주계단 쪽으로 진입하겠다는 최초의 전술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등 상황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전술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상구를 통한 진입이나 유리창의 파괴를 통한 내부로의 진입을 지시하지 않는 등 지휘역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서장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휘를 맡았던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에 대해서는 “인명구조를 위한 정보 파악과 적정한 활동 지시를 해야 하는데 눈앞에 노출된 위험과 구조 상황에만 집중해 건물 뒤편의 비상구 존재 사실을 확인하거나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제천 화재 참사 지휘 책임과 대응 부실, 상황 관리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 했다. 김익수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장과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에 대해선 중징계를 요구했다.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 [중앙포토]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슬퍼하고 있다. [중앙포토]

 
소방청은 제천 화재 참사를 계기로 소방대응단계를 화재 초기부터 상향 발령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우선 다수의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화재의 경우 대응단계를 2~3단계(인접 지자체 및 시·도 소방본부 지원)로 발령하는 등 출동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제천 화재의 경우 1단계(관할 소방대 가용자원 투입) 발령이 21일 오후 4시 12분으로 늦었다.
 
2021년까지 좁은 골목길에서도 기동과 전개가 용이한 소형 특수소방차를 전 소방서에 배치할 계획이다. 비상구 폐쇄 등 위반사항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고, 스프링클러 등 중요 소방시설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업주가 관할 소방서에 즉시 보고하는 대책도 발표했다.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 단장은 “경찰청과 협의해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는 불법주차 행위에 대해 벌금을 2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고 소방차 우선신호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천 복합상가건물 화재 원인이 1층 주차장 천장의 보온재 등 과열이나 동파방지용 열선의 파괴로 인해 불이 났을 것이라는 감식 결과를 충북경찰청 수사본부에 통보했다.경찰은 제천 화재 발생 소방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당시 최초 출동한 소방관 6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29명이 숨진 제천 화재 참사 건물 2층 비상구가 철재선반으로 가려져 있다. [사진 제천화재참사유족대책위원회]

29명이 숨진 제천 화재 참사 건물 2층 비상구가 철재선반으로 가려져 있다. [사진 제천화재참사유족대책위원회]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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