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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보단 의혹부풀리기 공세로 얼룩진 UAE 사태

중앙일보 2018.01.11 17:49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면담을 마친 후 어깨동무를 하며 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면담을 마친 후 어깨동무를 하며 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1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칼둔 UAE 행정청장의 방한을 고비로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가 400억달러 짜리 UAE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위해 UAE와 비밀군사협약을 맺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이를 문제 삼으려던 문재인 정부도 결국 과거의 협약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UAE측에 전달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당 '비밀협정' 드러나자 머쓱
민주당도 이면합의 공격하다 맥 빠져
청와대는 말 바꾸기, 소통 부족

 
국회 주변에선 "이번 논란 과정에서 여야 모두 국익보단 정략적 의도를 앞세워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골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현 정부의 '원전건설 리베이트 내사설'까지 제기했던 자유한국당은 문제의 발단이 '비밀군사협정'으로 지목되자 머쓱한 표정이다. 자신들이 집권당 시절에 벌어졌던 일인데 당시 관련자들에게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치공세부터 벌인 셈이다. 이에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익적 차원에서 더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말을 자제하고 있다”며 “외교적 갈등으로 엄청난 위기를 맞을뻔 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는데, 전임 정부 탓으로만 돌리려고 하는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6번씩 말을 바꾸니 야당이 의혹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UAE간 원전 수주에서 뒷거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뒷조사를 하다가 일어난 참사“라고 말했다. 왼쪽은 함진규 정책위의장, 오른쪽은 홍문표 사무총장. [중앙포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UAE간 원전 수주에서 뒷거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뒷조사를 하다가 일어난 참사“라고 말했다. 왼쪽은 함진규 정책위의장, 오른쪽은 홍문표 사무총장. [중앙포토]

 
그럼에도 당내에선 지도부가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의혹만 부풀리려다가 궁지에 몰릴 뻔 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전임 정부가 맺은 MOU 내용까지 들춰지게 될 줄은 예상 못한 것 같다”며 “이런 일이 생기면 국회 국방위, 외교통일위, 산업위 소속 위원들과 관계대책회의를 열어서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결국 당신들 탓 아니냐'는 반격은 안 당했을 것”이라며 “정치공세를 하더라도 외교안보 사안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쟁 확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에서 "UAE 원전 이면계약은 반드시 헌법의 질서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사안인데 이명박 정권은 끝내 국민을 속였다"며 "이제 와서 국익을 내세우지만 헌법 위에 존재하는 국익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11일 국회 외통위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이면합의로 군사협정을 맺은 건 전형적인 외교농단, 외교 적폐이며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12월 2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해 모하메드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12월 2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해 모하메드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가 UAE와 이 문제를 봉합하기로 하면서 이면합의에 대한 공격은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UAE와 비밀협정을 맺을 수 밖에 없었던 외교적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UAE 비밀협정은 그냥 놔둬도 될 문제였는데 정부가 괜히 건드려 말썽만 일으켰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만약 민주당이 집권당이었다면 대규모 원전수주를 앞두고 왕정국가인 UAE가 그 대가로 비밀군사협정을 요청했을 때 어떤 입장을 취했겠냐"고 물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가정형 질문엔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집권 여당이라면 외교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왜 발생하고 어떻게 해결됐는지에 대해 책임지고 반성해야 한다”며 “UAE 칼둔 행정청장이 화해 분위기를 만들고 돌아갔다고 현 정부의 외교 실책을 덮고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특사로 UAE 왕세제 만난 임종석 비서실장 [중앙포토]

대통령 특사로 UAE 왕세제 만난 임종석 비서실장 [중앙포토]



청와대도 모호한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야권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파병군 격려→파트너십 강화→전 정부 때 소원해진 관계 복원→대통령 친서 전달 목적’ 등으로 특사 파견의 배경을 매번 다르게 설명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밝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치권과의 충분한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ㆍ송승환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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