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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회식 '입장 행렬'의 정치학

중앙일보 2018.01.11 17:37
 토리노 동계올림픽 공동입장하는 남북 [연합뉴스]

토리노 동계올림픽 공동입장하는 남북 [연합뉴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초였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후, 국제 종합대회서 남북이 공동입장한 건 모두 아홉 차례다. 올림픽에서는 2000년 시드니(여름), 2004년 아테네(여름), 2006년 토리노(겨울)까지 세 차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논의가 결렬된 이후로는 따로 입장해왔다.
 
 올림픽에서 선수단 입장식은 국가를 홍보할 수 있는 '30초짜리 TV 광고'다. 선수단이 입장해 메인스타디움을 행진하는 동안, 전 세계 이목이 쏠린다. 선수단 입장 행렬 때 해당국 지도자가 참석했을 경우 TV 화면에 얼굴도 비춰준다. 또 참가국에 대한 소개도 곁들인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은 "개회식이 '올림픽의 꽃'이라면 입장식은 '꽃 중의 꽃'이다. 참가국들이 자국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무대"라며 "메달을 따는 나라가 한정돼 있어 대부분 국가가 입장식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제28회 하계올림픽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개막식에서 파란색 상의와 베이지색 바지, 그리고 오륜기를 상징하는 색동 넥타이로 단복을 통일한 남북한 선수단이 202개국 가운데 84번째로 입장하고 있다.배구 선수 구민정(남측)과 농구 선수 출신 임원 김성호(북측) 등 남북한 선수단공동기수는 대형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제28회 하계올림픽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개막식에서 파란색 상의와 베이지색 바지, 그리고 오륜기를 상징하는 색동 넥타이로 단복을 통일한 남북한 선수단이 202개국 가운데 84번째로 입장하고 있다.배구 선수 구민정(남측)과 농구 선수 출신 임원 김성호(북측) 등 남북한 선수단공동기수는 대형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분단 역사를 지닌 동서독은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이탈리아) 겨울올림픽 이후 네 차례 단일팀을 구성했고 공동입장했다. 이를 통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전례 때문에 남북도 국제 종합대회가 열릴 때면 공동입장 카드를 꺼내 든다.
 
 올림픽 입장식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국가는 고대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다. 이어 국가명을 주최국 글자(평창은 한글)로 표기할 때의 순서에 따라 입장한다. 주최국은 가장 마지막에 입장한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부터 지키는 원칙이다. 간혹 정치적 이유로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스페인어 대신 프랑스어를 따랐다. 바르셀로나 지역 언어인 카탈루냐어를 의식해서다.
 
남북국기입장 5일 밤 최종적으로 시행된 개막식 리허설 모습. [ 사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남북국기입장 5일 밤 최종적으로 시행된 개막식 리허설 모습. [ 사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엔 남북이 입장 순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입장 순서는 국가명의 중국어 간체자자 표기 획수 순으로 정했는데, 한국의 한(韓)과 북한의 중국식 호칭인 조선의 조(朝)가 12획으로 같았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는 남북 공동입장 경우 등을 고려해 한국을 177번째, 북한을 178번째로 했다. 하지만 북한 측에서 남북한이 잇달아 입장하면 공동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베이징조직위는 개회식 당일에야 북한 주장을 수용해 한국을 176번째, 북한을 180번째로 결정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당시 분쟁 중이던 이란과 이라크의 순서가 문제가 됐다. 그런가 하면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난민 팀이 처음 등장했는데, 개최국 브라질 바로 앞인 205번째로 입장해 평화 제전으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앞세운 난민팀이 입장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앞세운 난민팀이 입장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는 리우올림픽 개회식에서 미국 대표팀의 입장 순서를 뒤로 미뤄줄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청했다. 미국이 입장행렬 초반에 등장하면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본 뒤 채널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은 포르투갈어 알파벳 E(Estados Unidos da América)로 시작해 전체 206개국 가운데 등장 순서가 70번째였다. 하지만 NBC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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