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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서한에 신문 광고까지..'드리머' 지키기 나선 美 CEO들

중앙일보 2018.01.11 16:34
멕시코 출신 알폰소 베르디스는 15살 때 미국 뉴욕으로 넘어왔다. 다카로 취업 허가를 받아 현재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NPR 홈페이지 캡처]

멕시코 출신 알폰소 베르디스는 15살 때 미국 뉴욕으로 넘어왔다. 다카로 취업 허가를 받아 현재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NPR 홈페이지 캡처]

 엄마가 돌아가신 뒤 9살 때부터 거리에서 야채를 팔아 생계를 꾸리던 소년은 6년이 흘러 미국의 ‘드리머(Dreamer)’가 된다. 멕시코 출신 알폰소 베르디스 얘기다. 15살이 된 베르디스는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며 뉴욕 행을 택하지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그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요리사의 꿈을 품고도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그에게 ‘다카(DACA)’는 기회의 문이 된다. 
 

마크 주커버그·팀 쿡 등, "19일까지 다카 보호 법안 처리하라"
NYT·WSJ 등에 전면 광고도..."다카 폐지 시 2150억 달러 손실"

 다카를 통해 취업 허가를 받은 그는 현재 미국 아스토리아 인근 ‘샌포드’라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6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총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베르디스는 요리를 잘 하는 아내와 함께 뉴욕에서 정통 멕시코 식당을 차리는 꿈을 꾼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다카 폐지 방침 탓에 그의 꿈은 불투명하다. 
 
 베르디스 같은 70만명의 드리머가 추방될 위기에 몰리자 미국 주요 기업 책임자들이 의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CNBC는 10일(현지시간) IBM·페이스북·제너럴모터스(GM) 등 100여개 기업 최고 경영자(CEO)들이 드리머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률을 19일까지 처리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주요 지도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매리 바라 GM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팀 쿡 애플 CEO등 영향력 있는 주요 기업 CEO 등이 서한에 공동 서명했다. 이들은 11일(현지시간)자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면 광고로도 서한을 실을 계획이라고도 방송은 전했다.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카 수혜자를 보호할 법안을 19일까지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 [CNBC 캡처]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카 수혜자를 보호할 법안을 19일까지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 [CNBC 캡처]

 
 다카 프로그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70만명 가량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이를 폐지하겠다면서 연방 의회에 3월 5일까지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다카 폐지 반대하는 시민들.[로이터=연합뉴스]

다카 폐지 반대하는 시민들.[로이터=연합뉴스]

 
 주요 기업 CEO들이 이처럼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선 데는 다카 폐지로 인해 미 기업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다카 프로그램에 등록된 청소년 상당수는 직장에 다니면서 세금을 내고 있다. 서한에서 CEO들은 다카가 폐지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150억 달러(약 230조원)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상위 25개 대기업 10곳 중 7곳(72%)은 다카의 적용을 받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주커버그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립자 등 기술업계 리더들이 꾸린 이민개혁단체 FWD도 행동에 나선다. 이 단체는 이번 주 100여명의 다카 수혜자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의원들에 압박을 가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 연방 법원인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9일(현지시간) 다카 폐지 결정에 한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관련 소송이 끝날 때까지 다카를 현행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상하원 의회 지도자들과의 이민 정책회의에서 다카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대신,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처리해달라는 ‘패키지 처리’를 제안한 상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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