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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드뇌브의 ‘미투 비판’ 멍청하다” 비판글 쇄도

중앙일보 2018.01.11 10:27
지난해 2월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해서 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는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EPA=연합뉴스]

지난해 2월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해서 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는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EPA=연합뉴스]

 
성폭력 공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대해 “남성들이 ‘마녀 사냥’ 식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비판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75) 등 프랑스 여성들의 공개 편지가 각계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폭력과 유혹을 구분하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들을 능멸했다는 비판이다.  

프랑스 여성 30명 성명 "성폭력 사소하게 보이게 해"
NYT 카툰 작가 "부유한 미모의 드뇌브, 공감대 부족"

 
영국 BBC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카롤린 드 아스 등 프랑스 페미니스트 30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드뇌브 등 공개 편지 저자들은 하비 웨인스타인(할리우드 제작자) 성추문으로 촉발된 파문을 미봉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있다”며 비판했다. 프랑스 공영라디오로 방송된 성명은 “문제의 글은 소아 성욕자나 성폭행 변호인들에게서 상습적으로 보이는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드뇌브 같은 유명인들이 성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보이게끔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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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드뇌브 등 문화예술계 여성 100명은 9일 일간 르몽드에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이들은 “성폭력은 분명 범죄지만, 여자의 환심을 끈질기게 사려는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라면서 이 같은 ‘페미니즘’으로 인해 사회 일반에 청교도주의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미투 캠페인 참여자를 포함해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웨인스타인 성추문의 초기 고발자 중 한명인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드뇌브 등 프랑스 여성들은 자신에게 내재화된 여성혐오 때문에 얼마나 멍청해질 수 있는지를 세상에 보여줬다”고 트위터에 썼다. 미국 소설가 라일라 랄라미도 “우디 앨런과 하비 웨인스타인 같은 남자가 여태 지탱해 올 수 있던 이유가 설명된다”고 비꼬았다.  
 
드뇌브 등이 글에서 ‘지하철에서 닿는 행위 등이 그런 ‘사건’(성범죄)이 돼선 안 된다‘고 한 언급 또한 분노를 자아냈다. 뉴욕타임스 카툰 작가 콜린 도란은 트위터에다 “만약 드뇌브가 그렇게 미모가 뛰어나지 않거나 혜택의 거품 속에 사는 부유한 여성이 아니라면, 혹은 조금이라도 공감대가 있었다면 성희롱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을 것”이라고 썼다.
 
하비 웨인스타인. [AP=연합뉴스]

하비 웨인스타인. [AP=연합뉴스]

BBC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소셜미디어의 반응은 뜨거운 반면 프랑스 현지 언론에선 이번 논쟁을 비중 있게 취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선 1960년대 성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윗 세대와 성 평등에 있어서 성희롱 이슈를 부각시키는 영 페미니스트 사이의 대립이 지속돼 왔기 때문에 이번 논란을 새삼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인들은 르몽드의 기고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국가비서)은 프랑스퀼튀르 라디오에 출연해 "매우 모욕적이고 잘못된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당 대선 후보를 지낸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도 트위터에 "우리의 훌륭한 카트린 드뇌브가 이런 충격적인 서한에 동참했다는 게 너무 안됐다"고 적었다.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을 상징하는 뉴마리안느로 뽑혀 자신의 흉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을 상징하는 뉴마리안느로 뽑혀 자신의 흉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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