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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죄의식 없던 준희 친부, '스머프' 관람에는 펑펑 울었다

중앙일보 2018.01.11 10:20
고준희양의 친부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준희양의 친부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다섯 살 난 딸 준희를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실종 사건’으로 꾸며 연극을 한 친부 고모(37)씨를 울린 것은 딸의 죽음이 아닌 애니메이션이었다. 딸의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까지 하고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었던 고씨가 범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애니메이션 ‘스머프’를 관람한 뒤 크게 슬퍼한 사실이 드러났다.
 

딸 시신 암매장한 뒤 내연녀, 내연녀 친아들과 극장 찾아
내연녀 이씨,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씨 운 일화 먼저 꺼내
'인간적인 모습' 보여주려 의도한 진술 가능성도 배제 못해

11일 전북지방경찰청과 전주 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준희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로 고씨와 함께 검찰에 구속 송치된 내연녀 이모(36)씨는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씨는 몸이 아픈 준희를 고씨처럼 학대한 뒤 시신 유기에도 일부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인물이다.
영화 '스머프: 비밀의 숲' [중앙포토]

영화 '스머프: 비밀의 숲' [중앙포토]

 
이씨는 경찰이 준희양에 대한 친부 고씨의 지속적인 학대 여부와 폭력성에 대해 조사를 하던 과정에 고씨가 영화관에서 오열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고 한다.
 
고씨가 내연녀 이씨, 이씨의 친아들(7)과 함께 관람한 뒤 눈물을 보인 영화는 다름 아닌 극장판 3D 애니메이션 ‘스머프: 비밀의 숲’이었다. 준희가 숨진 날(2017년 4월 26일)로부터 이틀 뒤인 4월 28일 개봉한 점에서 범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관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준희양의 친부. 김준희 기자

고준희양의 친부. 김준희 기자

딸이 숨진 지 하루 만에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고씨는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크게 울었다고 한다. 내연녀 이씨는 “○○씨가 펑펑 눈물을 흘려 당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경찰에서 했다. 딸의 죽음에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고씨가 애니메이션에는 눈물을 보였다는 뜻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 마니아로 암매장 당일 자신의 SNS에 건담 종이모형 사진과 ‘어허허허 이벤트 당첨 ㅋㅋ’ ‘ㅎㅎ’ 등 글을 올리는 등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던 고씨였다.
 
내연녀 이씨는 고씨의 인면수심(人面獸心) 태도를 추궁하던 경찰에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알리려고 스머프 관람 일화를 꺼낸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이씨는 애니메이션 스머프 내용 중 소녀 스머프인 스머페트가 악당 가가멜의 영향으로 찰흙 덩어리로 되돌아갔다가 장례를 치르려는 무렵 다시 살아난 장면을 언급하며 고씨가 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장면에서 준희양이 떠올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준희(5)양 시신 유기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친부 내연녀 이모(36)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주 덕진경찰서를 나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준희(5)양 시신 유기를 공모한 혐의를 받는 친부 내연녀 이모(36)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주 덕진경찰서를 나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씨가 거짓 진술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이야기를 꺼낸 의도마저도 고씨가 만든 연극의 시나리오 장치 중 하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내용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고씨를 상대로 애니메이션 관련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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