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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하려면 아파트 한 동 미래유산으로 남겨라?”…서울시 조건에 주민 반발

중앙일보 2018.01.11 09:34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서울시가 최근 초대형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 때 일부를 ‘미래 유산’으로 보존하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사업을 사실상 승인하며 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재건축조합 측에 “단지 중 1개 동과 (단지 중앙에 있는) 굴뚝을 남기라”는 내용을 보냈다.
 
이에 조합 측은 이 내용을 그대로 담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잠실대교 남단과 맞닿은 한강 변의 523동을 보존할 건물로 정했다. 한강이 내다보여 단지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동이다. 높이로는 15층 중 4층, 길이로는 건물의 5분의 1을 남긴다. 활용 방안은 향후 정해질 설계안에 따라 결정된다.  
 
아파트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시가 충분한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인 가치 기준을 내세워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글로벌 단지로 탈바꿈하는 아파트 중심에 흉물을 남기게 됐다”고 한다.
 
잠실주공 5단지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최초로 허가받은 초고층 재건축 단지다. 최고 50층, 6401가구 대단지로 바뀐다. 2023년 입주 예정이다. 단지 내에 5성급 호텔도 들어선다. 단지 일부를 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 관광, 컨벤션, 전시) 용도로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유산 보존’의 대상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강남구 개포 주공1·4단지 등도 있다. 반포주공1단지는 전체 66개 동 중 1개 동을 남겨두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내야 할 기부체납금 15% 중 일부를 1개 동을 남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남게 될 108동은 주거역사박물관이 될 예정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시의 ‘유산’ 지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최근에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40가구가 거주하는 5층 높이의 1개 동이 남는 개포주공1단지는 “집 안에 난방용 연탄아궁이가 있다”는 이유가 역사 보존의 근거 중 하나로 꼽혔다. 재건축조합 측에서는 “실제로 아궁이가 남아 있는 가구는 없다”며 “조합원 인터넷 카페에 최근까지도 항의 글이 올라온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유산’ 지정이 조합 측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됐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는 시가 강제한 게 아니라 주민들이 ‘1개 동과 굴뚝을 남기겠다’고 계획서를 낸 것”이라며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라 도시의 주거 문화사를 보존하는 의미 있는 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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