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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남녀' 성소수자 편 후폭풍…방송 내용 보니

중앙일보 2018.01.11 08:31
[사진 EBS]

[사진 EBS]

최근 교육방송 EBS의 TV 프로그램 '까칠남녀'가 성(性) 소수자 특집을 방영한 후 일부 학부모들이 이에 반발해 매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 '까칠남녀'는 2회에 걸쳐 성소수자 특집을 내보냈다. 
 
'까칠남녀' 성소수자 편 후폭풍 
"교육방송이 음란 방송으로 전락"
5일 EBS 사옥 로비에 드러누운 학부모. [연합뉴스]

5일 EBS 사옥 로비에 드러누운 학부모. [연합뉴스]

학부모들은 10일 경기도 일산 EBS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까칠남녀' 프로그램의 폐지를 촉구했다. 한 학부모는 "교육방송이 언제부터 음란 케이블 방송으로 전락했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사옥 앞에 있는 EBS 로고가 박혀있는 표지석은 학부모들이 던진 계란과 밀가루로 더럽혀진 상태다. 5일에는 학부모 10여명이 사옥 로비까지 진입해 대치했다. 일부 학부모는 바닥에 드러누워 항의하기도 했다. 
 
'아는 형님' 패러디 '모르는 형님'
"내 모습 당당히 드러내는 세상되길"
'까칠남녀' 방송분. [사진 EBS]

'까칠남녀' 방송분. [사진 EBS]

'까칠남녀' 방송분. [사진 EBS]

'까칠남녀' 방송분. [사진 EBS]

일부 학부모를 뿔나게 한 방송 내용은 과연 어땠을까. 성소수자 편은 JTBC '아는 형님'을 패러디해 '모르는 형님'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됐다. 레즈비언(L)·게이(G)·바이섹슈얼(B)·트랜스젠더(T) 4명이 출연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방송에서 서울대학교 전 총학생회장 김보미씨는 후보 당시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던 것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세상이 되길 바랐다"며 "총학생회장의 능력과 성소수자인 것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1호 트랜스젠더 변호사
"대부분 배뇨장애 앓는다"
'까칠남녀' 방송분. [사진 EBS]

'까칠남녀' 방송분. [사진 EBS]

방송에서 '국내 1호'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는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를 입는 다양한 일화들을 털어놨다. 박씨는"모르는 사람이 '남자냐 여자냐' 등 성별에 관한 무례한 질문을 한다"며 "3~4일에 한 번은 꼭 공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직장인이 많이 앓는 장애 중 하나로는 배뇨장애가 있다. 트랜스젠더들은 성별이 나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참는다고 한다. 박씨는 "보통 (트랜스젠더는)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물도 먹지 않는다"며 "성 중립 화장실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까칠남녀' 제작진 "제대로 배워가자" 
EBS "폐지 계획 없다"
'까칠남녀'에 출연한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 [사진 EBS]

'까칠남녀'에 출연한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 [사진 EBS]

'까칠남녀' 측은 성소수자 편에 대해 제작진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이 사회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EBS 측은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은 끝났고, 앞으로는 다른 아이템이 방송될 것이라 편성 등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뉜다. "청소년이 보는 교육 방송에서 다소 선정적인 발언이 나와 불편하다"는 쪽과 "청소년에게 다양한 관점의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전문가 반응도 갈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매체에 "취지는 좋았지만 성소수자들이 교복을 입고 방송에 나온 것은 부주의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이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부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소수자 차별 혐오를 방지하는 인권 교육들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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