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먼저 간 아들 대신해 연탄은행에 보낸 온정

중앙일보 2018.01.11 00:44 종합 23면 지면보기
고 정성훈.[사진 한기철 도선사]

고 정성훈.[사진 한기철 도선사]

부산의 연탄배달 봉사단체인 부산 연탄은행 강정칠 목사는 지난 9일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4일 중국의 한 항구에 정박한 컨테이너선에서 추락해 숨진 정성훈(23·사진)씨의 아버지였다.
 

고 정성훈씨 아버지 500만원 후원
추락사 전 기부 약정한 뜻 기려

택시 기사로 알려진 아버지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성훈이가 매달 2만원씩 연탄은행에 후원하기로 약정했다고 들었는데, 매달 2만원씩 빠져 나가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받은 보상금에서 500만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곳에 잘 사용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연탄은행에 다 드리면 좋겠는데 성훈이가 야구를 너무 좋아해 (성훈이가 졸업한) 한국해양대 야구동호회와 다른 몇 군데도 도와주려고 한다. 너무 적지만 이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 목사는 “마음이 아파 돈을 받을 수 없다. 더 귀한 다른 곳에 사용해달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성훈이를 봐서라도 꼭 받아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강 목사는 결국 돈을 받기로 했다.
 
강 목사는 “성훈이 부모님의 깊은 뜻을 알리고 성훈이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아버지는 “더는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기자와의 통화를 거부했다.
 
지난해 2월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해운선사에 취업해 두 번째 컨테이너선에 승선한 성훈씨는 부산신항 출항 이틀만에 기항지 중국에서 사고로 숨졌다. 당시 목격자가 없어 실족에 의한 추락사로 추정됐다. 이달 하순 귀항 예정이었던 성훈씨는 평소 멘토 역할을 한 한기철(59) 도선사가 연탄은행에 봉사와 후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출항 직전 매달 2만원 기부를 약정했다고 한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