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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보험산업, 포용적 금융 확대에 앞장서야

중앙일보 2018.01.11 00:07 경제 9면 지면보기
설인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설인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18세기 스위스 고산지대 마을에서는 젖소가 농가의 가장 큰 재산이었다. 치즈·우유 등 양식과 밭을 일굴 노동력을 동시에 제공했다. 젖소가 죽기라도 하면 그 가족에게는 재앙이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한 농가의 젖소가 죽으면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젖소를 새로 구해주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상부상조의 풍습을 비즈니스 모델로 변화시켜 스위스 취리히와 독일 뮌헨 등에 회사를 차렸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미셸 알베르가 소개한 ‘현대적인 보험과 보험회사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
 
보험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대응하자는 상부상조의 정신에 기초한다. 최근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포용적 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보험의 유래와 본연의 기능에 비춰볼 때 보험업이야말로 포용적 금융이 추구하는 가치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금융회사 지점의 폐쇄로 인해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금융소외(Financial Exclusion)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제시된 포용적 금융의 개념은 이제는 지리적·물리적 측면의 포용을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금융서비스 확대 등 복지적 측면의 포용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회 취약 계층일수록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반면, 위험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더 크다. 보험회사의 자산 및 이익의 대부분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에 기초하므로, 보험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자로부터의 견고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보험산업이 사회 취약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건강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할 이유이며, 우리 보험산업에 대한 시대적·사회적 기대 및 요구다.
 
앞으로 금융감독원은 보험산업이 사회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도록 지원해 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게는 장애인 전용창구를 통해 보험거래를 더욱 편리하게 하고 그간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유병자(有病者)를 위한 전용상품 개발 등을 지원한다. 소방관이 업무 특성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례가 보도된 적 있는데, 이런 분들이 쉽게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인수 기준을 개선할 것이다.
 
보험의 한자 어원은 어린아이가 어른의 등에 업힌 모습의 ‘보(保)’와 깊은 험지의 모습을 문자화한 ‘험(險)’자가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앞으로 우리 보험산업이 국민에게 ‘위험한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머니의 등’과 같은 따뜻함과 든든함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설인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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