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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특검 다스 추적 검사, "범죄 밝혔는데…자괴감 든다"

중앙일보 2018.01.10 20:11
2008년 BBK 특검팀의 다스 비자금 은폐 의혹에 대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현직 검사가 장문의 반박 글을 올렸다. 
 

조재빈 대검 연구관, 이프로스에 반박 글
정호영 특검팀 수사 의혹·반박 공방전
“대한민국 검사로서 부끄러운 일 안 해”
“120억원 처음 밝혀냈을 뿐 은폐 없다”

특검팀이 계좌 추적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120억원'을 발견하고도 경리 담당 직원 개인의 횡령으로 결론 내렸고, 다스 차원에서 조성한 추가 비자금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특검팀 파견 검사의 호소…"검사로서 부끄러운 일 한 바 없다" 
조재빈(48·사법연수원 29기)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은 10일 오후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10년 전 다스 파견검사의 소회’란 제목의 글을 올려 “대한민국 검사로서, 여러분들의 선후배로서 전혀 부끄러운 일을 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BBK특검 당시 4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정호영 특검팀. [중앙포토]

BBK특검 당시 4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정호영 특검팀. [중앙포토]

 
조 검사는 2008년 정호영 특검팀에 파견돼 검찰 수사관 2명과 회계사 4명, 경찰관 1명 등과 팀을 이뤄 다스 관련 계좌 추적을 전담했다. 다스의 경리직원 조모씨가 회사 자금을 빼돌려 12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동시에 이 자금이 다스 차원의 비자금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
 
"30일간의 수사 결과는 여직원의 단독 횡령 범행"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회사다. [중앙포토]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회사다. [중앙포토]

잇따르는 의혹 제기에 대해 조 검사는 “외부 기관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수사하고 모든 상황을 매일 보고하여 특검보들이 공유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이었다”며 “당시 특검팀의 수사 보고 시스템 자체가 특정 사안을 은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미국에 있던 경리팀 직원을 한국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다스의 경영진 등 수십명을 조사했으며, 계좌추적과 통화내역 조회까지 병행하며 성역 없는 추적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직원이 단독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개인 횡령으로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검사는 "끝까지 집요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은 여직원의 단독범행이라는 사실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30일간의 수사 결과는 여직원이 단독으로 횡령범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낸 근거로 조 검사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이었으면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매입매출 조작을 통해서도 손쉽게 조성할 수 있고 ▷경리직원이 회사 경영진 그 누구에게도 보고하거나 연락하지 않았으며 ▷경리직원이 회사에서 빼낸 자금을 생활비 등으로 본인 돈처럼 사용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300억 가량 별도 비자금 더 있다"…증폭되는 의혹
앞서 지난 9일 다스 비자금의 전체 규모가 120억원을 크게 웃돌지만 정 특검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로 ‘은폐 의혹’은 증폭됐다. 이 기사에는 “다스 비자금의 전체 규모는 120억원을 상회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수사 개시 이후 특검이나 특검보가 120억원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증언이 담겼다. 또 당시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120억 이외에 10~30억원 규모의 '+α' 비자금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이 지난해 12월 28일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이 지난해 12월 28일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 또한 “다스 측에 300억원 가량의 별도 비자금이 더 있다. 이 중 200억원은 MB가, 100억원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비자금”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는 “특검 수사 당시 120억원 이외 다른 자금이 발견된 사실은 전혀 없었다”는 정 특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특검팀의 수사결과 은폐'로 번진 다스 의혹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과 관련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과 관련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정호영 특검팀은 당시 40일간의 수사를 거쳐 120억원을 경리 직원의 개인적 횡령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120억원이 차명계좌를 통해 조성된 회사 차원의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계속되며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수사 범위는 정호영 특검팀의 부실·은폐 수사 여부로 번졌다.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지난달 26일 수사팀 구성 후 기자들과 만나 “120억원 돈이 (다스) 직원 개인의 횡령이냐, 회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냐 하는 의혹에 대해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0억원의 실체가 경리 직원의 개인적 횡령이 아니라 다스의 비자금이었고, 특검팀이 이를 알고도 은폐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정호영 전 특검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받게 된다는 의미였다.
 

특검팀의 연이은 해명…"수사결과 은폐 결코 없었다" 
정호영 전 BBK특검. [중앙포토]

정호영 전 BBK특검. [중앙포토]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조 검사뿐 아니라 정호영 특검도 잇단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수사결과 은폐는 결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간 두 차례에 걸친 입장 발표에 이어 지난 9일엔 A4용지 11장에 달하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정 특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의 수사경과와 수사대상 등을 상세히 열거하며 120억원을 경리직원 개인의 횡령으로 결론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수사 결과 은폐 의혹에 대해 정 특검과 조 검사 등 당시 특검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해명이 잇따르면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로서도 속내가 복잡해졌다. 은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시 특검팀 구성원 자체가 단체로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가 돼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반대로 은폐 의혹을 규명하지 못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선 계속해서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당시 특검팀은 이를 반박하면서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검찰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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