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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법무부 ‘국가보안법 폐지’ 수용 안하기로…진보측 반발

중앙일보 2018.01.10 17:53
법무부가 10일 UN 인권이사회가 권고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형제 폐지’도 즉시 수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10일 오후 관계 부처 및 시민단체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런 의견을 냈다.   
 

10일 간담회서 법무부 입장 내
“국보법 유지하되 엄격 적용”
사형제 폐지도 부정적 의견
향후 보혁 갈등 불씨될 수도

우리 정부는 UN 인권이사회 회원국 95개 국가가 지난해 11월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 회의에서 개선을 권고한 218개 항목의 수용 여부를 결정해 다음 달까지 보고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85개는 권고 수용’ ‘3개 불수용’ ‘130개는 검토 후 확정’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제3차 국가별 정례인권 검토 실무그룹 보고서)를 작성한 상태다. <1월 10일 자 12면 참조> 
이날 법무부는 미정이었던 ‘130개’ 항목 중 주요 항목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법무부가 전교조 합법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 사안을 놓고 진보, 보수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신년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법무부가 전교조 합법화, 국가보안법 폐지 등 사안을 놓고 진보, 보수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신년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법무부가 이날 배포한 회의자료에 따르면 UN이 권고한 ‘국가보안법, 북한인권법 등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법 폐지’ 항목에 대해 법무부는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뿐 아니라 민족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통일을 위해서도 필요한 법이자 정책 추진 기반”이라고 의견을 달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회의에서 “다만 국가보안법은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임의로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보충 설명했다.
 
‘핵무기 금지조약’에 대해서도 “안보 상황을 고려한 국가별 점진적 핵 군축에 배치된다”며 불수용 입장을 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진보단체들은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핵무기 금지조약을 불수용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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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회적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 법무부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UN 자유권규약위는 우리나라에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비준을 요구해 왔다. 법무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즉시 비준 불수용’ 의견을 냈다. 지금 당장 사형제 폐지를 수용할 수는 없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상황 등 종합적 고려해 신중히 검토 필요가 있다”고 기재했다.
 
‘군대 내 동성 간 성관계 금지하는 군형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및 대체복무제 도입’ ‘임신중절 수술 허용 및 여성의 재생산권 존중’ 항목은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반면 ‘여성 국회의원 비율 할당제 도입’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여성 비례대표 할당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법무부 인권국에서 주재한 이 날 간담회에는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국방부, 경찰청, 인권위 등의 유관 부처가 참석했다. 또 시민단체에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천주교인권위원회,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협의회 등이 함께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고용노동부가 불참한 것을 두고 “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조 합법화’ 등과 관련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수용 결정을 두고 나온 얘기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등의 합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법무부는 최근 이를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한편 이날 일부 보수단체는 "권고안에 대해 찬성하는 측 주장만 듣고 있다"며 간담회 진행 과정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파급력이 큰 국민적 관심 사안을 투명한 국민공론화 절차도 없이 처리해선 안 된다"며 "특히 '전교조 합법화' 등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간담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ㆍ김영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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