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저임금 올라도 40명 경비원 해고 없는 아파트의 비결

중앙일보 2018.01.10 16:12
근무시스템 바꿔 경비원 고용 유지한 대전 아파트 관리업체
“근무시간만 바꿔도 아파트 경비원을 줄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고용을 유지할 방법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처우 문제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대전지역 아파트 관리업체인 ㈜대흥의 이규화(67) 회장이 ‘경비원 감원없는 아파트 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주)대흥, 최저임금 상승에도 경비원 감원없는 아파트 실천
경비원 격일제 근무에서 하루 2교대, 야간 당직 시스템
근무시간 줄지만 급여 그대로, 경비원들도 "저녁 있는 삶 찾아"

이 회장은 올해 1월부터 관리를 맡고 있는 대전지역 일부 일부 아파트에서 경비원 감원 없이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그는 “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감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근무시스템 같은 작은 부분만 고쳐도 회사와 직원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1987년 설립된 이 업체는 대전지역 100여개 아파트 단지 관리를 맡고 있다.  
(주) 대흥 이규화 회장이 아파트 경비원 고용 유지를 위한 근무시스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주) 대흥 이규화 회장이 아파트 경비원 고용 유지를 위한 근무시스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이 회장이 마련한 ‘아파트 관리 혁신’ 방안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핵심은 근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일하고 하루 쉬던 것(격일제)을 하루 2교대와 야간당직자 근무 시스템으로 바꿨다.  
경비원들은 이에 따라 오전 6시〜오후 2시, 오후 2시〜오후 10시 등 하루 8시간(식사시간 포함)씩 2교대로 일한다. 밤 10시 이후 야간에는 이와 별도의 당직 근무자를 편성한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경비원들이 근무 도중 불필요하게 사용할 때가 많았던 휴게시간이 없어져  경비원 입장서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고 관리 측면에서는 비용 인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이 같은 근무시스템을 적용하는 크로바아파트(1632가구)는 경비원 40명, 시설기사 8명, 관리사무소 직원 8명 등 56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대흥 소속이다.  
대전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시설관리직 관계자들이 '우리의 급여를 볼모 삼지 말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시설관리직 관계자들이 '우리의 급여를 볼모 삼지 말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크로바아파트 경비원들은 월 256시간 정도 주·야간 근무를 했다. 급여에 포함이 안 된 채 편법으로 운영하던 휴게시간을 합치면 실제 근무시간은 월 360시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휴게시간까지 없앤 새로운 근무시스템에 따르면 근무시간은 야간당직을 포함해 월 220 시간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경비원 급여는 종전(220여만원)과 비슷하다. 이 대표는 “근무시간이 줄지만 급여는 줄지 않았고 경비원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크로바 아파트는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라 시간당 7530원이 되지만 새로운 근무시스템을 적용하면 경비비가 1.6% 정도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13일 경비원 휴게시간도 근무의 연장이라고 판결을 내려 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태다.  
서울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우리 아파트 최고'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절감 등으로 경비인력들 유지하며 상생하는 착한 아파트다. [중앙포토]

서울 상월곡동 동아에코빌 아파트 경비원들과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가 '우리 아파트 최고'를 외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경비절감 등으로 경비인력들 유지하며 상생하는 착한 아파트다. [중앙포토]

 
경비원들은 반기고 있다. 크로바 아파트 경비원 서선진(60)씨는 “근무시스템이 바뀌니 저녁에 가족과 함께할 수 있고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파트 관리를 포함한 시설 관리를 모두 기계에만 맡기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기존 경비 인력을 유지하며 사람 냄새가 나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