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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찍힌 배넌, 자신이 창간한 우파매체에서도 쫓겨났다

중앙일보 2018.01.10 15:45
 
트럼프 일가에 비수를 날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자신이 공동 창간한 대안 우파 매체 브레이트바트의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때 '킹메이커'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배넌의 몰락이다. 

자신이 창간한 대안우파 매체에서 축출
'화염과 분노'에 나오는 증언이 결정적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쏟아진 물

스티브 배넌 [AP=연합뉴스]

스티브 배넌 [AP=연합뉴스]

 
브레이트바트는 9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배넌이 2012년부터 회장으로 재임해온 브레이트바트 뉴스 네트워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래리 솔로브 브레이트바트 최고경영자는 성명에서 “스티브는 우리의 유산 중 값진 부분이고, 우리는 그가 공헌하고 우리를 도와 이룬 것에 대해 언제나 감사하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배넌이 사실상 브레이트바트에서 쫓겨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브레이트바트 이사회의 주요 구성원들이 배넌의 거취를 논의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서 뉴욕타임스(NYT)는 배넌의 사임 사실을 보도하면서 공화당 거액 기부자이면서 브레이트바트의 주요 투자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가 배넌을 쫓아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트럼프 ‘이너서클’의 부정적 내막을 폭로한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판하는 배넌의 발언이 인용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스티브 배넌의 폭로가 담겨 논란을 일으킨 책 '화염과 분노'(마이클 울프 저)의 표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스티브 배넌의 폭로가 담겨 논란을 일으킨 책 '화염과 분노'(마이클 울프 저)의 표지.

 
지난 2016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 그리고 러시아 정보원들 사이에서 이뤄진 일명 ‘트럼프타워 회동’에 대해 배넌이 “반역적이고 비애국적”이라고 말한 사실이 울프의 저서를 통해 알려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신건강 이상설’까지 불러온 이 책에 배넌의 발언이 중요하게 인용된 데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해왔다. 지난 6일 트위터에서 “배넌은 해고당하자 울면서 일하게 해달라고 구걸했다. 지금 엉성한 스티브는 개처럼 거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배넌은 책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도 잠잠하다가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그는 성명에서 “대통령과 그의 어젠다에 대한 나의 지지는 변함이 없다”며 “공모는 없었고 특검 수사는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주니어는 애국자이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지난해 출간된 '악마의 협상' 책자 표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상당히 신뢰하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중앙포토]

지난해 출간된 '악마의 협상' 책자 표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상당히 신뢰하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중앙포토]

 
이와 함께 “도널드 주니어에 대한 부정확한 보도에 대한 내 대응이 늦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해 성취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분산시키게 된 것을 후회한다”며 늦은 해명을 사과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배넌은 공화당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박빙의 대선을 승리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트럼프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으로 인식됐다.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정부내 요직 인사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강성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채 백악관 수뇌부와 마찰을 빚다가 지난해 8월 정권 출범 7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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