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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트랙터·전투기 엔진까지… 전국 곳곳 '눈 치우기' 전쟁

중앙일보 2018.01.10 14:55
9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내리기 시작한 눈이 10일까지 이어졌다. 지역별로 많게는 50㎝ 이상 눈이 쌓였다. 전국에서 ‘눈 치우기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지역과 상황에 맞게 동원한 이색 제설작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제설장비인 SE-88이 눈을 치우고 있다. 이 장비에는 퇴역한 전투기 엔진이 장착돼 고온으로 눈과 얼음을 제거할 수 있다. [사진 공군20전투비행단]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제설장비인 SE-88이 눈을 치우고 있다. 이 장비에는 퇴역한 전투기 엔진이 장착돼 고온으로 눈과 얼음을 제거할 수 있다. [사진 공군20전투비행단]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열차 앞뒤 '솔' 장착 운행 중 제설
설국(雪國) 울릉도 바닷물 이용, 도로 위 쌓인 눈 제거

농촌마을 많은 예산군 제설기 장착한 트랙터로 눈치워
공군20전투비행단, 퇴역 전투기 엔진으로 활주로 제설

10일 오전 1㎝ 넘게 눈이 쌓인 대구 도심. 출근길 차량이 뒤엉켜 거북이 운행을 했다. 그렇지만 지상 15m 상공에서 도심을 달리는 모노레일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평상시 속도(시속 34㎞) 그대로였다.
 
비법은 독특한 제설 장비 때문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솔’이다. 일반철도는 폭설 때 레일이 눈에 묻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이 레일에 쌓인 눈을 직접 치워야만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열차에 달린 제설 작업용 솔. [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열차에 달린 제설 작업용 솔. [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역시 지상 15m 상공에 설치된 레일을 똑같이 달리지만 열차 앞과 뒤에 길이 75~90㎝ 솔을 달아 운행을 하면서 눈을 ‘쓱~’ 밀어버리기 때문에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10일 오전 5시 30분 첫차 운행 전 한 번 솔로 전체 레일에 쌓인 눈을 밀어냈다"며 "솔을 활용한 제설 작업으로 2015년 4월 도시철도 3호선 운행 시작 후 한 번도 폭설로 운행 중단이 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설국(雪國)으로 불리는 울릉도에도 독특한 제설 비법이 있다. 바닷물이다. 울릉도는 폭설이 내리면 트럭에 바닷물이 담긴 물탱크를 싣고 다니며 수시로 눈이 쌓인 곳에 뿌린다. 바다가 겨울에 얼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제설 작업이다.
바닷물이 담긴 물탱크를 싣고 제설작업에 나선 울릉도의 트럭. [사진 울릉군]

바닷물이 담긴 물탱크를 싣고 제설작업에 나선 울릉도의 트럭. [사진 울릉군]

 
울릉군 관계자는 “액체인 바닷물과 고체인 제설용 염화나트륨과 동시에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라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해서 최근 바닷물을 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농촌 마을이 많은 충남 예산군은 폭설에 대비해 트랙터에 부착할 수 있는 제설기를 마을에 보급했다. 군청에서 보유한 제설 차량이 마을 안쪽 도로와 이면도로까지 진입하지 못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10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양면 차동마을에서 한 주민이 트랙터에 제설기를 달고 마을 골목의 눈을 치우고 있다. [사진 예산군]

10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양면 차동마을에서 한 주민이 트랙터에 제설기를 달고 마을 골목의 눈을 치우고 있다. [사진 예산군]

 
지난 9일부터 이틀간 20㎝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한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에서는 주민들이 트랙터에 제설기를 달고 마을 진입로와 농로에서 제설작업 나섰다. 커다란 바퀴로 눈길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운행이 가능한 트랙터는 좁은 골목까지 진입이 가능해 겨울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20전투비행단(20전비)은 제설작업에 퇴역한 전투기 엔진을 장착한 장비를 동원했다. SE-88이라는 장비로 대형 3대와 소형 4대 등 7대가 활주로에 쌓인 눈을 제거한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장병들이 활주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사진 공군20전투비행단]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장병들이 활주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사진 공군20전투비행단]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400도 이상의 고온 배기가스를 스테인리스 관으로 활주로에 분사하면 눈과 얼음이 제거되고 건조까지 이뤄진다.
 
공군에서는 이 장비를 ‘마징가’라고 부른다. 거대한 몸집과 형태가 마치 로봇 같아 붙인 애칭이라고 한다. 엔진은 퇴역한 ‘F-4 팬텀'’과 ‘F-5 제공호’의 제트엔진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F-4 엔진을 사용한 게 F-5 엔진으로 만든 것보다 커 ‘그레이트 마징가’로 부른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제설장비인 SE-88이 눈을 치우고 있다. 이 장비에는 퇴역한 전투기 엔진이 장착돼 고온으로 눈과 얼음을 제거할 수 있다. [사진 공군20전투비행단]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제설장비인 SE-88이 눈을 치우고 있다. 이 장비에는 퇴역한 전투기 엔진이 장착돼 고온으로 눈과 얼음을 제거할 수 있다. [사진 공군20전투비행단]

 
제20전비 전선규 중위는 “영공수호를 위해 365일 비상대기 중인 전투기는 발이 묶일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활주로의 눈을 치워야 한다”며 “SE-88를 동원하면 10㎝가량의 눈이 쌓여도 4~5시간 만에 제설작업이 끝난다”고 말했다.
 
대전·대구=신진호·김윤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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