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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한국, 북한 페이스에 말렸다".."북은 한미일 공조 와해 노려”

중앙일보 2018.01.10 11:12

“북한이 완화 무드를 연출하며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잡았다. 미국 주도의 국제포위망 강화를 멈추기 위한 노림수다.” (요미우리신문)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호 양보를 토대로 국제적인 포위망에 구멍을 내고, 핵·미사일을 완성시킬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사히신문)

“공동보도문에는 북한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응답은 제로(0)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내용을 두고 쏟아진 일본 유력지들의 반응(10일자 조간)은 우려 일색이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페이스대로 회담이 진행됐다”며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한미일 3국 간 공조에 균열이 갈 수 있다”고 회담 내용을 비판했다.  

북측 바람대로 한미연합훈련 연기, 비핵화 논의 배제
'올림픽 성공' 대가로 제재 완화 요구할 것
외화 획득원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 노려
'우리민족끼리' 강조…국제 제재와 다른 틀 강조
日 방위상 "올림픽 기간중 미일은 연합훈련 할 것"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서 남북 정상회담 의사 밝히자
"코멘트 자제하겠다"면서도 "북한 최대한 압박" 강조

9일 북한 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이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일 북한 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이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측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압박을 풀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비롯한 응원단과 예술단 등 대규모 인력 파견이란 선물 공세를 폈다는 것이다. 북한이 올림픽 이후 ‘올림픽 성공’의 대가로 한국 측에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한 한국 측 반응에도 주목했다. 닛케이는 “한국 정부가 9일 ‘북한의 참가는 평화올림픽 실현에 필요하다. 제재와 관련해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면 유엔이나 미국 등 관련국과 긴밀히 협의해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북한이 바라던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종료회의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보도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종료회의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보도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입장에선 출발이 순조롭다. 우선 북측이 요구한 대로 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훈련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는 아예 의제에 오르지도 못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에서 “남측 언론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하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내돌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과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 등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은) 남한과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남북 대화에선 비핵화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위축된 외화벌이를 올림픽 참가로 타개하려 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요미우리는 “북한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등 외화 획득원인 남북경협사업의 재개나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경기도 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개성공단은 오는 2월 10일, 전면 가동중단 2년을 맞는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2월 경기도 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개성공단은 오는 2월 10일, 전면 가동중단 2년을 맞는다. 장진영 기자

북측이 회담 내내 ‘민족’을 내세운 의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짚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 특히 미·일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조치란 것이다. 공동보도문에는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담 내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서 안이하게 교섭하고, 미·일이 주도하는 압력 노선에 틈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9일 전화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군과 달리 자위대는 올림픽 기간 중에도 미군과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지난해 6월 1일 동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의 F-15J 전투기가 칼빈슨함 위로 비행 중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지난해 6월 1일 동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의 F-15J 전투기가 칼빈슨함 위로 비행 중이다. [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의사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정부가 코멘트하는 것은 자제하고 싶다”면서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일, 한·미·일 간 수뇌 레벨을 포함해 긴밀히 연락하고 있으며 압력을 최대한 높여 북한의 정책을 바꾼다는 방침에는 절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가 장관은 남북대화 가속화에 따른 국제사회의 포위망 축소 지적에 대해선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를) 결의한대로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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