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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불공정하다" 단식투쟁 나선 경찰관 하루 만에 중단, 왜?

중앙일보 2018.01.10 11:05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지난 8일 올해 경감 승진 인사에 반발하며 단식 투쟁에 나선 가운데 그가 목에 걸었던 팻말이 경찰서 1층 로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김준희 기자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지난 8일 올해 경감 승진 인사에 반발하며 단식 투쟁에 나선 가운데 그가 목에 걸었던 팻말이 경찰서 1층 로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김준희 기자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지난 8일 올해 경감 승진 인사에 반발하며 단식 투쟁에 나선 가운데 그가 목에 걸었던 팻말이 경찰서 1층 로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김준희 기자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지난 8일 올해 경감 승진 인사에 반발하며 단식 투쟁에 나선 가운데 그가 목에 걸었던 팻말이 경찰서 1층 로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김준희 기자

50대 현직 경찰관이 인사에 불만을 품고 '단식 투쟁'에 나섰다. 경찰관 12만 명이 보는 경찰 내부망에도 실명으로 승진 심사 결과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비록 하루 만에 물러서긴 했지만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생명인 조직에서 말단 간부가 인사권자인 경찰 수뇌부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이어서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년 경력' 전주 완산경찰서 50대 경위
경감 인사 탈락하자 무기한 단식 선언
12만명 보는 경찰 내부망서 공개 비판
이철성 청장 등에 재심사·특별감사 요구

지휘관 채점 방식 등 인사 허점도 지적
현직이 인사 반발로 단식한 건 처음
1만1000명 읽고 댓글만 100여 개 달려
대부분 응원·격려·공감…비판 가세

'용기있는 행동' VS '돌출행동' 엇갈려
서장 면담과 동료들 만류로 단식 중단
성적 확인하니 '의구심 풀렸다'는 취지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A경위(50)는 지난 8일 오전 9시부터 경찰서 1층 로비에서 '단식'이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이날 경찰청 내부 통신망에 있는 '현장 활력소'라는 게시판에 "저는 오늘 2018년도 전북경찰청 보통승진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불공정한 심사 규정과 부당한 심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기에 (중략) 더 이상 저와 같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없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다음 사항을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는 성명서(聲明書)를 올린 직후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답변 도중 TV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답변 도중 TV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전북경찰청이 지난 4일 단행한 경감 승진 인사에서 승진자 24명 명단에 본인 이름이 빠진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1991년 경찰청이 생긴 이후 현직 경찰관이 승진 심사 결과에 반발해 단식 시위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A경위는 성명서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치안총감)에게 이번 전북경찰청 정기 승진 심사를 재심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치안감)과 이훈 완산경찰서장(경무관)에게는 최근 3년간 승진 심사 대상자에 올랐던 본인의 성적 및 순위 공개를 요청했다. 아울러 올해 5배수에 포함된 승진 심사 대상자들에게도 각자의 순위와 성적을 개별적으로 통지해 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13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전국 경찰청장 회의에 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입장하고 있다. 앞은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현 전북경찰청장). 김춘식 기자

지난해 8월 13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전국 경찰청장 회의에 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입장하고 있다. 앞은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현 전북경찰청장). 김춘식 기자

그는 경찰청에 올해 전북청 보통승진심사위원회의 승진 심사 결과에 대한 특별감사도 요구했다. 또 "(전북청뿐 아니라) 올해 경찰청 정기 승진 심사 결과를 전수 조사해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심사 결과로 억울한 사람이 있는지 밝혀 달라"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찰청은 승진 심사 지침 개정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휘관과 심사위원장(경무관)의 과도한 재량권 일탈 및 남용으로 (1차 심사에서) 1위를 한 후보가 탈락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성명서를 맺었다.
 
A경위가 쓴 글은 모두 1만1000여 명이 읽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내부 통신망 게시 글 역사상 가장 조회수가 많다고 한다. 실명으로 단 댓글만 100개가 넘을 정도로 경찰 내부에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얼마나 억울하셨으면…"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등 A경위의 처지에 공감하거나 응원하는 댓글이 많았다.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지난 8일 올해 경감 승진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가기 전 경찰청 내부 통신망에 올린 성명서.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전주 완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지난 8일 올해 경감 승진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가기 전 경찰청 내부 통신망에 올린 성명서.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일부 직원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처리라면 당연(히) (승진 성적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승진=$(달러 기호) 근속도 $ 모든 것이 $로 통합니다" 등 자기 의견을 구체적으로 개진했다. "혹여 역린(逆鱗·용의 턱 밑에 거꾸로 난 비늘로 이것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해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을 건드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같이 A경위의 안위를 걱정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A경위는 지난 1991년 7월 순경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2008년 경위로 진급한 그는 2016년부터 경감 승진 대상자에 올랐다고 한다. 올해까지 27년간 경찰에 몸 담아온 그가 '내부 고발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험을 무릅쓰고 단식 투쟁에 나선 까닭은 뭘까. A경위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승진 심사에서 '안 됐다'는 연락을 받은 지난 4일 오후 5시40분부터 눈물과 콧물이 나고 구토까지 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이튿날(5일) 팀원들에게 '너무 억울해서 이렇게는 못 살겠다. 단식을 해서라도 (불공정한 인사 제도를) 뜯어 고쳐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경위가 올린 글에 대한 동료 경찰관들의 댓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A경위가 올린 글에 대한 동료 경찰관들의 댓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그는 "비공식 라인을 통해 파악해 보니 최근 3년간 (전주 완산경찰서 내 경감 승진 심사 대상자 중에서) 내가 내리 1등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막상 승진에서 탈락하자) 도대체 내가 왜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단식 투쟁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지휘관 추천 점수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A경위는 "2단계 평가 항목 7가지 안에 지휘관 추천 점수가 있다. 정형화된 점수가 없는 상태에서 지휘관 추천 점수가 나머지 항목의 점수를 뭉갤 만큼 세게 먹히는 건 부당하다"며 "지휘관 추천 점수를 아예 폐지하거나, (1차 심사에서) 1등이 밀려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점수를 주지 않게 지침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청 내부망에 글을 올리기까지 고민이 깊었다"고 했다. 그의 이 같은 행동에 공감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괜히 조직에 분란만 일으킨다'며 색안경 끼고 보는 직원들도 적지 않아서다. 실제 그의 단식 투쟁을 놓고 경찰 내부에선 '조직 발전을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시선과 '조직에 누가 되는 돌출 행동'이라는 시선이 엇갈린다. 하지만 A경위와 함께 근무했거나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동료들과도 사이가 원만하다"고 평가했다.
 
A경위가 올린 글에 대한 동료 경찰관들의 댓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A경위가 올린 글에 대한 동료 경찰관들의 댓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무기한 단식'을 외쳤던 A경위는 1인 시위에 나선 지 만 하루 만인 9일 돌연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경찰청 내부망에 추가로 올린 글에서 "지휘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과 소명이 있었기에 단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전북경찰청 심사위원회의 부당한 심사는 없었으며 지휘관 추천 과정에서도 본인이 납득할 만한 사유로 추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올린 성명서는 스스로 삭제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승진 심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인사는 원칙대로 했고 성적을 조작하거나 승진 대상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A경위는 단식을 시작한 첫날 이훈 서장과 면담을 통해 본인의 근무 성적과 순위를 확인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승진 심사 대상자 명부에 있는 본인 성적이 1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A경위는 "서장님이 '나에게 사실대로 얘기해 준다'는 진심을 느꼈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도 보였다"며 "내가 확인한 건 100%는 아니지만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가 단식 투쟁을 멈춘 배경에는 그를 걱정해 주는 경찰관 동료와 선후배들의 끈질긴 설득과 만류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A경위가 올린 글에 대한 동료 경찰관들의 댓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A경위가 올린 글에 대한 동료 경찰관들의 댓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A경위는 "단식 투쟁을 시작한 것보다 중단하는 게 더 어렵고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본청에서 내가 요구한 사항들을 반영하는지 계속 예의 주시하겠다. '중단한다'는 건 나중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언제든지 이어갈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A경위의 단식 투쟁은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경찰 인사에 대한 설왕설래(說往說來)는 계속되고 있다. 전주의 한 경찰서 소속 B경위는 "승진자가 발표되면 '누가 누구에게 줄을 댔네' '어떤 백을 동원했네' '돈을 얼마 썼네' 등의 온갖 소문이 나돈다. 성적이나 순위가 모두 비공개다 보니 뒷말만 무성하고 승진에서 미끄러진 사람들은 납득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에 불만이 있더라도 다음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대놓고 문제 삼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A경위가 9일 "단식 투쟁을 중단한다"며 경찰청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A경위가 9일 "단식 투쟁을 중단한다"며 경찰청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사진 경찰 내부망 캡처]

전북경찰청 소속 C경정은 "예전에는 간부 TO(정원)가 적은 만큼 승진에서 떨어지는 사람 숫자도 적어 인사에 대한 불만이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승진자가 30명이라면 후보는 5배수(150명)나 되기 때문에 승진에서 탈락한 나머지 120명은 인사에 불만이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인사 실무를 맡은 적 있는 D경정은 "아무리 근평을 잘 맞고 능력이 특출나도 기능과 출신, 남녀 성비(性比)까지 고려해 승진자를 안배하기 때문에 인사 담당자들도 고충이 많다"고 전했다.  
 
E경감은 "예전에는 인사권자인 본청장이나 지방청장이 특정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 원칙을 그 사람에게 맞춰 미리 유리하게 바꾸는 일이 있었다"며 "지금도 이런 관행이 아예 없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경찰 로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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