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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창은 평화올림픽이 돼야 한다

중앙일보 2018.01.10 01:36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주호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

김주호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

2018년은 평창 겨울올림픽의 해다.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당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발표한 지 7년 만에 올림픽이 열리게 됐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길고도 험난한 준비 과정을 거쳐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세계 각국의 선수들의 열정과 관중들의 함성을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장과 최신식 경기장은 이미 완공됐고, 9일에는 메인 프레스센터의 문을 연 뒤 전 세계 미디어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11년 유치해 7년만에 준비끝
런던·아테네는 문화·역사 부각
평화는 평창이 실현할 최고 가치
북한 참여로 평화 올림픽 되길

역대 올림픽은 동계 22회, 하계 31회가 열렸는데 그때마다 주최국들은 나라마다 다양한 목표를 내세우고 올림픽 이상을 실현해왔다. 필자는 그동안 열 번의 올림픽에 참여하고, 세 번의 평창올림픽 유치전에 참여하면서 올림픽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미국은 이듬해 2월 개최된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을 국가적 위상이 추락한 미국인들에게 애국심과 용기를 불어넣는 계기로 활용했다. 개막식에는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나오는가 하면 냉전 시대에 최강이었던 소련 팀을 꺾은 미국 아이스하키팀을 마지막 성화 주자로 내세웠다. 그들이 올림픽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강한 미국’이었다.
 
2012 런던 여름올림픽은 셰익스피어, 해리포터, 비틀스, 사이먼 래틀 등 엄청난 문화자산을 앞세워 개막식을 구성했다. 성화 봉송로에 런던 브리지, 워털루, 윈저 궁 등 문화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영국 여왕과 007시리즈를 연계해 홍보에 나서는 등 문화를 통해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 애썼다. 그래서 런던 올림픽은 전 세계 스포츠 제전이자 빛나는 ‘문화 올림픽’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열린 2004 아테네올림픽은 27개국 35개 도시를 잇는 글로벌 성화 봉송을 기획해 올림픽이 108년 만에 올림픽 성지로 귀환한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스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보여주기가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론 1/10

시론 1/10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은 경제·평화·문화·환경·ICT(정보통신기술)의 5대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라 5가지 목표 중에서도 ‘평화올림픽’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전 세계 최고의 겨울 스포츠 축제인 겨울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러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것이다.
 
사실 평화의 메시지는 냉전 시대인 88서울올림픽 당시에 더 걸맞은 주제였다. 실제로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오랜만에 대거 참가했다. 평창이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 유치에 실패할 당시 내세운 올림픽 개최의 명분도 ‘분단국가의 화해’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남북 관계가 경색되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진부한 주제로 여겨져 세계인의 눈길을 충분히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평화’야말로 평창올림픽이 실현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떠올랐다. 북한의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 도발에 따른 국제 질서의 급격한 변화 속에 남북과 한·중, 한·미, 북·미 관계는 시시각각으로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이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월 초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우리 정부와 평창올릭픽 조직위, IOC도 환영 입장을 표시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런 평화 모멘텀을 더 살려 나가야 한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은 국제적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새로운 남북관계,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가는 실마리가 돼야 한다.
 
이미 유엔은 ‘올림픽의 이상과 스포츠를 통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이라는 이름의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지난해 11월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현재 95개국이 1차로 참가 등록을 했다. 미국·캐나다·독일·중국·일본 등 많은 동계 스포츠 강국들이 이미 출전 의사를 밝혔다. 선수들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출전 자격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평창은 북한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가 참가신청을 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 때마침 남북한은 9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번 남북 협상을 계기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면 평창은 남북한과 세계가 함께 하는 실질적인 평화 올림픽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주호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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