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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

중앙일보 2018.01.10 01:31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평창올림픽이 다가온다. 세계인들이 곧 평창을 찾을 것이다. 북한의 참여를 위한 남북대화도 진행되고 있어 희망과 안도감이 먼저 찾아든다. 그러나 첨예한 핵·미사일 위기의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평화의 제전은 걱정과 우려를 함께 자아내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새 ‘외교 시험대’
냉전 해체와 평화 전환점이자
북한을 ‘남북’ 궤도로 회귀시킨
30년 전 서울올림픽 배우자
단기 평화를 장기 평화로 이끌
‘창조적 중용 묘책’ 궁리할 때다

특별히 서울올림픽이 대한민국, 한반도와 세계에 끼친 빛나는 성과와 결정적 파급 효과를 생각할 때 평창올림픽 이후의 상황에 대한 희망과 우려의 공존은 적이 착잡하다. 올림픽과 북한 문제, 남북 관계, 핵·미사일 문제를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북한의 서울올림픽 반대 투쟁은 집요했다. 서울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이후 북한의 서울올림픽 저지 외교 투쟁은 총력적이었다. 외국 비밀문서들이 보여주듯 소련·중국·동유럽·동남아·아프리카·중동·라틴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북한은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 협박을 포함해 올림픽 불참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소련·중국·동유럽을 포함한 거의 모든 나라의 참여로 기울어 국제적 완패가 분명해지자 폭력 행사도 불사했다. 올림픽 직전 해에 감행한, 탑승자 115명 전원이 사망하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는 서울올림픽의 안전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은 국가 개방과 세계 수용을 통해 민주주의와 국가 역량과 국제관계에서 대한민국이 도약한 중대 전기였다. 유치 경쟁에서 일본을 제압했을 때 한국민들이 받은 청량감은 봄바람보다 더 시원상큼했다. 헝가리를 필두로 동유럽 국가들 및 소련·중국과의 수교는 서울올림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거나 늦어졌음에 틀림없다. 국력과 국제관계에서 북한을 확실히 앞서게 된 계기도 서울올림픽이었다. 서울올림픽 성공에 맞서고자 개최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은 북한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만 안겨주고 말았다.
 
무엇보다 서울올림픽은 세계 냉전 해체와 평화 도래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냉전으로 고통받은 분단국가가 세계에 평화를 돌려준 감동적인 쾌거였다. 세계는 두 번의 반쪽 올림픽을 딛고 12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됐다. 혼신을 다한 민관 총력 외교와 합동 노력의 결과였다.
 
박명림칼럼

박명림칼럼

첨단시설과 운영, 강남의 고층빌딩과 번화가, 정돈된 질서, 세련된 국제감각과 언어 훈련…. 세계의 안방을 파고든 한국의 모습은 남한에 대한 공산권의 기존 이미지를 일거에 불식시켰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이래 막강했던 반공·반소·반중 이데올로기가 크게 약화되며 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개선의 장애를 제거해 주었다.
 
북한은 서울올림픽 이후 급격히 진행되는 국제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남한의 이니셔티브를 수용해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유엔 동시 가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올림픽은 북한을 ‘남북’ 궤도로 돌아오게 했던 것이다. 출발은 공고한 한·미 동맹이었다.
 
2002년의 한·일 월드컵 역시 같았다. 한·일 월드컵은 외환위기로 시름에 젖어 있던 국민들을 단합·폭발·결집·흥분시키고 일어서게 한 전환점의 하나가 됐다. 왜색 침투의 우려를 극복한 일본 문화 개방, 한류 확산, 히딩크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당시는 1945년 이후 한국과 일본이 가장 가까웠던 시기였다.
 
평창올림픽은 북한의 참가 예정으로 표면적 위협과 전쟁 위기 대신에 남북 모두의 참가와 응원이 자리잡을 것이다. 올림픽 참가를 위한 대화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도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은 평화의 단기적 디딤돌을 추구하다가 장기적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즉 북한 단기위협(핵·ICBM 실험)의 저지가 장기위협(핵·ICBM 완성)의 구조화를 안내하는 통로가 돼선 안 된다. ‘평창올림픽의 평화’가 ‘평창 이후의 적대’ 재연으로 연결돼도 안 된다.
 
‘남북’ 개선이 ‘북·미’ 악화와 ‘한·미’ 균열로 전화되어선 더욱 안 된다. 서울올림픽을 배우자. 평창올림픽은 남북대화, 북핵·미사일 고도화, 대북 경제 봉쇄, 북·미 대치가 지속되는 초유의 4중 상충 현실 속에 진행된다. 우리는 서울올림픽 이후 최대의 ‘외교 시험대’에 들어서 있다.
 
외교는 ‘둘’이라는 말과 ‘접다’는 말의 합성어다. 즉 ‘나의 요구’와 ‘상대의 요구’, ‘이상’과 ‘현실’, ‘단기 이익’과 ‘장기 이익’을 각각 접어 갖고 있다가 하나씩 펼쳐서 둘 사이의 중간 지점인 중용지도를 성취하는 지혜를 말한다. 평창을 위한 단기 평화가 한반도와 세계의 장기 평화로 확산될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자. 단기 환상과 장기 적대를 넘을 ‘창조적 중용 묘책’-외교의 원뜻이다-을 반드시 안출하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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