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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vs “검찰은 수사로 말했나”

중앙일보 2018.01.10 00:01
피의자들에게 돌려준 밍크고래 고기 21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피의자들에게 돌려준 밍크고래 고기 21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울산 검찰이 울산 경찰의 ‘고래고기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처음 공식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9월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이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 검찰 첫 공식입장 내놔
검 “경찰 수사 협조했다” vs 경 “핵심 영장 기각”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흐지부지 끝내지 않겠다”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경찰이 밍크고래 불법 유통업자들을 검거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시가 40억원) 가운데 21t을 한 달 뒤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돌려주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었는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피의자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등을 수사하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은 9일 ‘참고자료’를 내고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총 20건의 영장 가운데 15건의 영장을 청구하는 등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불법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의 변호를 맡은 이 사건의 주요 피의자 변호사 A씨(38)와 관련한 영장이다. 울산지검 검사 출신인 A씨는 압수된 불법 고래와 관련 없는 고래 유통증명서 등을 제출해 수사기관을 속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9일 A씨에 대한 압수수색, 계좌 추적, 통신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검찰과 법원은 압수수색, 계좌 추적 영장을 기각하고 통신 영장은 일부 번호에 제한해 발부했다. 지난 3일 경찰이 압수수색, 계좌 추적, 통신 영장을 재신청하자 검찰과 법원은 압수수색, 통신 영장을 기각하고 계좌 추적 영장은 거래 기간을 제한해 발부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2016년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40억원 상당의 고래 고기 27t을 압수했다. [연합뉴스]

울산 중부경찰서는 2016년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40억원 상당의 고래 고기 27t을 압수했다. [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은 수사에 최대한 협조했다는 검찰 주장에 5시간 뒤 역시 참고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경찰은 “검찰과 법원이 계좌·통신 등 핵심 영장을 기각하거나 제한해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검찰이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검찰은 2016년 밍크고래 불법 유통 사건을 담당한 검사 B씨가 지난달 18일 1년 계획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것과 관련해 “1년 전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같은 달 8일 B씨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냈지만 B씨는 답변하지 않고 출국했다. 
 
검찰 측은 “경찰이 B씨가 출국하기 직전에야 서면질의서를 보냈으며 질의서 답변 여부는 검사 개인이 결정할 문제로 소속 검찰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면서 B씨의 휴대전화와 사무실로 수십회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갔지만 B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도 답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고래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울산 검찰이 내부 비위를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변호사 A씨가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달 28일 울산경찰청에 출두했다 취재진을 보고 돌아나가고 있다. [JTBC 영상 캡쳐]

울산 고래고기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변호사 A씨가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달 28일 울산경찰청에 출두했다 취재진을 보고 돌아나가고 있다. [JTBC 영상 캡쳐]

검찰은 수사기관은 수사가 종결됐을 때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경찰이 수사 과정을 언론에 알린 것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황운하(56) 울산청장은 “경찰이 검사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일반 사건과 다르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에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청장은 “과연 검찰은 이제까지 수사 결과로 말해왔느냐”며 “수사를 흐지부지 종결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경찰은 지난 4일 변호사 A씨를 소환 조사했다. 외국에 있는 검사 B씨는 이메일·우편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낸 이번 자료에 담당 검사가 고래고기를 피의자들에게 돌려주기 전 유통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했는지 등 비리 의혹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한편 검찰은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한 입장 표명 요청에 기자들에게 사건 질의를 받아 기자단 간사 2명만 상대로 간담회를 하려 했다. 하지만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기자들의 반발에 참고자료 배포로 방식을 바꿨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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