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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둔 "결혼엔 안 좋은 때 있다", 문 대통령 "뜨겁게 사랑하자"

중앙일보 2018.01.09 21:34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관련 의혹의 ‘열쇠’로 불리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임 실장을 잇달아 만났다. 청와대는 그동안 “칼둔이 방한하면 그간의 의혹이 해소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지난 한달간 정치권을 떠들석하게 했던 ‘군사협력 이면계약설’이나 ‘원전비리 조사에 대한 UAE 반발설’ 등에 대해선 세부 내용을 뚜렷히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신 청와대는 UAE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의 특사로 방문한 칼둔 청장과 양국 관계를 ‘포괄적ㆍ전면적 전략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앞으로 잘하기로 했으니 과거를 둘러싼 논란은 그만 접자는 뉘앙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화의 90% 이상을 다양한 분야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고 과거의 문제는 해소됐다”고 말했다.
 
 2009년 바라카 원전 수주 과정에서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하고 ‘군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의 증언(본지 1월9일자 3면)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국방ㆍ외교장관의) ‘2+2 전략대화’를 새로 만들기로 한 소중한 결실을 이뤘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만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한 보따리로 풀어 말했기 때문에 과거 문제가 해소됐다고 본다”면서도 “시각에 따라서 이를 봉합이라고 쓸 수도 있고 해소라고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닐 ‘형제’라는 표현을 여러차례 썼다고 한다. 그는 칼둔 청장에게 “‘아크부대’의 이름처럼 진정한 형제 국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며 “왕세제와 청장께서 양국관계를 이만큼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고 말했다. 아크부대는 2011년 UAE에 파병된 한국군 부대로, ‘아크(Akh)’는 ‘형제’를 뜻한다. 그러면서 “임 실장 이야기는 바로 제 뜻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며 임 실장에게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의 말에 칼둔 청장은 무함마드 왕세제의 친서를 전달하며 “대통령님이 제2의 국가인 UAE로 방문하길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며 조속한 UAE 방문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방문 요청을 즉각 수락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초 올해말 바라카 원전의 준공 때 UAE를 방문하려고 했지만, 이 계획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칼둔 청장의 발언엔 뼈있는 대목이 있었다. 그는 “결혼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안 좋은 도전을 화합해 극복하는게 결혼생활”이라며 “아랍 속담에 ‘좋지 않은 어떤 것도 좋게 되게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칼둔 청장이 언급한 '안 좋은 때'가 뭘 의미하는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간 현안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칼둔 청장이 “양국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식 결혼을 했다”고 덕담하자, 문 대통령은 “이미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합시다”고 답했다고 한다. 원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적극 해명했다. 백 장관은 이날 칼둔 청장과 조찬 회동을 한 뒤 “칼둔 청장이 (원전 의혹이) 왜 제기되는지 당황스럽다고 얘기했다”며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원전을 수출하도록 돕기로 했고, 진출 방법에 대한 구체적 내용까지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 등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국익을 해치는 ‘묻지마식’ 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임 실장이 왜 UAE를 갔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소명된 것이 없다”며 “칼둔 청장이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친 만큼 청와대를 비롯해 임 실장은 외교 문제와 수습 과정에 대한 의문을 국민에게 해소할 차례가 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임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UAE 방문과 칼둔 청장 방한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세종=심새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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