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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현배 부산경찰청장 박종철 아버지 만나 사죄…“후배로서 면목없다”

중앙일보 2018.01.09 19:25
조현배 부산경찰청장이 9일 오후 4시 20분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해 과거 경찰의 고문행위에 대해 사죄했다. (사진 맨왼쪽은 박 열사의 누나인 박은숙 씨, 왼쪽 두번째 조현배 부산경찰청장, 맨오른쪽은 박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 씨) 이은지 기자

조현배 부산경찰청장이 9일 오후 4시 20분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해 과거 경찰의 고문행위에 대해 사죄했다. (사진 맨왼쪽은 박 열사의 누나인 박은숙 씨, 왼쪽 두번째 조현배 부산경찰청장, 맨오른쪽은 박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 씨) 이은지 기자

조현배 부산경찰청장이 9일 오후 4시 20분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가 입원해 있는 부산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 경찰의 고문 행위에 대해 사죄했다. 경찰 고위간부가 박종철 유가족을 직접 만나 공식적으로 사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저녁 부산 경찰청 소속 직원들은 영화 1987을 단체 관람한다. 조 청장은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아버지를 찾아뵙고 사죄를 드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후배들 입장에서 면목이 없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9일 오후 부산 경찰 영화 1987 단체 관람 앞두고 조 청장 박종철 아버지 병문안
박종철 누나 “동생 죽고 나서도 경찰 감시 5년간 받아 힘들었다” …조 청장 “사죄드린다”
박종철 아버지 조 청장 병문안 소식 듣고 “고맙다”며 눈물 글썽

조 청장이 병실을 찾았을 때 박 씨는 잠이 들어 박 열사의 누나인 박은숙(57) 씨가 대신 사과를 받았다. 누나 박 씨가 “동생이 죽고 나서도 1993년까지 경찰들이 계속 감시하고 따라다녀서 많이 시달렸다”고 하소연하자 조 청장은 “피해자인데도 말이죠”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누나 박씨가 “지금은 경찰 때문에 그런 피해를 받는 사람은 없죠”라고 되묻자 조 청장은 “세상이 다 변했잖아요”라고 응수했다.  
 
조현배 부산경찰청장이 고 박종철 열사의 누나 박은숙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은지 기자

조현배 부산경찰청장이 고 박종철 열사의 누나 박은숙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은지 기자

조 청장은 당시 고문을 자행했던 경찰 선배들의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했다. 조 청장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런(박 열사) 사람이 있어서 짧은 시간 안에 민주화가 됐다”면서도 “후배 입장에서 면목이 없다”며 고개 숙였다.  
 
조 청장은 경찰 개혁의 뜻을 피력했다. 그는 “조금 있다가 영화를 보면서 과거 반성도 하고, 경찰이 나아갈 길이 뭔지 생각해 보겠다”며 “경찰도 달라지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홍삼 선물세트와 위로금을 전달한 뒤 4시 30분쯤 자리를 떠났다.  
 
조 청장이 자리를 떠나고 오후 5시 10분쯤 아버지 박 씨가 잠에서 깼다. 노인성 질환으로 치매 증세를 보이는 박 씨이지만 아들 이야기는 대부분 알아듣는다고 했다. 누나가 조 청장이 사죄하러 병문안을 왔다고 이야기를 해주자 박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마워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박 씨는 “경찰이 사람 하나 죄인 만들고 그랬다”며 경찰의 폭압적인 고문 행위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드러냈기도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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