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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노 외상 “일본에 대한 추가 요구 절대 못 받아들인다”

중앙일보 2018.01.09 17:26
“합의는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이라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책임지고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국제법적·보편적인 원칙이다. 합의 이행은 국제사회에 대한 양국의 책무다.”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 이행이 국제 원칙”
“파기 않는다면서 조치 요구하는 건 모순”
10억엔 관련 “한국 진의부터 파악하겠다”

9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이 공식 입장 발표에 나선 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기자회견 뒤 한 시간이 채 안 된 2시 55분쯤이었다. 일본 외무성의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약식 기자 회견에서 고노 외상은 국제법적 원칙을 언급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위안부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후 일본은 그동안 ‘한국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국가 간의 약속을 깨려 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 한국 정부로선 가장 해명이 어렵고 아플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고노 외상도 같은 맥락에서 “국제사회로부터도 이 합의는 높게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한국 정부도 이를 착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줄 알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달 19일 일본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 장관이 도쿄(東京)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일본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 장관이 도쿄(東京)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일본에 추가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선 “최종적·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음에도 한국 측이 일본에 대해 또 다른 조치를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한 간부도 “일본의 자발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파기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모순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익명을 요청한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정부가 ‘합의 파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합의를 이행할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호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내에서 “한국에 합의가 짓밟힌 느낌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평창올림픽 참석에 대해서도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고노 외상은 이날 “외교 루트를 통해 도쿄와 서울에서 즉각 항의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고위 관계자에게 공식 항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상황에서 양국 간의 극단적인 대립은 피해야 한다는 기류도 내부에 있다.  
그래서 고노 외상도 이날 “북한의 위협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양국은 각 분야에서 협력을 진전시키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 합의가 그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서 이 합의를 착실히 실시하기를 계속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회담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회담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 [연합뉴스]

 
 일본 기자들은 고노 외상에게 주로 ‘일본이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을 한국 정부 예산으로 채우겠다’는 강 장관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일본이 이를 ‘사실상의 합의 파기’로 인식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에 미치는 파장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노 외상은 “한국 정부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진의가 무엇인지, 10억 엔을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먼저 제대로 설명을 듣겠다”고만 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핵심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어쨌든 1mm(밀리미터)라도 합의를 움직일 생각은 없다. 그 입장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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