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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XX들” 판사들, 익명게시판 통해 동료 판사에 막말

중앙일보 2018.01.09 14:11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최근 판사들이 인터넷 익명 게시판을 통해 동료 판사에게 욕설ㆍ막말을 퍼붓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9일 보도했다. 
 
이는 주로 김명수 대법원장 지시로 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에 판사 뒷조사 문건이 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뤄지고 있다. 신문은 판사들이 ‘양승태(전 대법원장) 적폐 종자 따까리들아’ ‘니들의 쓰레기 같은 억지, 트집 잡기는 공해 짓거리야’ 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욕설의 대상은 주로 행정처 출신 동료 판사다. 내용도 행정처에서 근무했던 판사들을 공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김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하라고 만든 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지난달 판사 뒷조사 문건이 들어 있다는 의혹을 받은 행정처 컴퓨터 4대를 당사자 동의 없이 가져갔다. 이후 이 컴퓨터를 쓴 전ㆍ현직 행정처 판사 4명에게 삭제된 컴퓨터 파일까지 복원해 조사할 수 있게 동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판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추가조사위는 최근 강제로 컴퓨터를 개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판사가 행정처 판사 등을 향해 ‘적폐 새X들’ ‘행정처 개XX’ 같은 비난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게시판 글에는 영장 없는 강제 조사에 대해서 헌법상 프라이버시권 침해, 형법상 비밀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의견에 대해서 반발하는 내용도 나온다. ‘(컴퓨터 속) 사적 정보를 핑계로 영장주의, 비밀 침해 어쩌고 찌질거리는 꼴이라니. 니들 판사 맞니? 니들이랑 엮이는 게 진심 부끄럽다 새X들아’라는 글이 달렸다. 일부 판사는 ‘동료 판사에 대한 막말은 자제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익명 게시판이라 해도 판사들이 편을 나눠 동료 판사에게 막말과 악담을 퍼붓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판사들 사이에선 “믿기 어려운 상황”이란 말이 나온다. 법조계 원로들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법관 출신의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재판을 하는 판사들은 자기 생각이 있더라도 표현을 절제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법원 내 갈등을 조장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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