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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주민들 "못 판 북한술 아직도 창고에…꼭 금강산 관광 풀길"

중앙일보 2018.01.09 10:58

“남북회담 뒤엔 금강산 관광 재개될까요” 동해안 최북단 명파리 마을 주민들의 소원
 

남북회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에 주민들 기대감
금강산 관광 2008년 ‘박왕자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
고성군 5년간 400곳 상점 문 닫아 경제적 손실 3000억원
속초 아바이마을 실향민도 이산가족 상봉 성사될까 기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관광객은 물론 차량 통행도 없는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마을. 박진호 기자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관광객은 물론 차량 통행도 없는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마을. 박진호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 뒤엔 금강산 관광 재개될 수 있을까요”

 
지난 8일 오전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의 한 식당. 남북 고위급 회담 관련 뉴스가 나오자 식당 주인 이경애(58·여)씨가 한참 동안 TV 화면을 바라봤다.  
테이블이 14개인 이씨의 식당은 금강산 관광이 한창이던 10년 전만 해도 관광객들로 가득 차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10년 전인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당시 53·여)씨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사건 발생 이후 손님은 하루 2~3팀이 전부였다. 6곳이던 식당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현재 남은 건 단 2곳뿐이다.
이씨는 “한동안 식당 운영이 어려워 아예 문을 닫았었는데 언젠가는 재개(금강산 관광이)될 것이라는 생각에 재작년에 다시 열었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돼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강산 광관 중단으로 문을 닫은 식당. 박진호 기자

금강산 광관 중단으로 문을 닫은 식당. 박진호 기자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익수(82)씨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판매하지 못한 북한 술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익수(82)씨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판매하지 못한 북한 술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박진호 기자

 
오는 2월 개최되는 2018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면서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을에서 50년 넘게 상점을 운영해 온 김익수(82)씨는 “관광객이 많을 땐 하루 70~80만원 매출을 올렸는데 요즘은 하루 1~2만원 팔기도 어렵다”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팔지 못한 북한 술이 아직도 창고에 쌓여 있다. 이번엔 꼭 금강산 관광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왕복 2차로 도로를 따라 명파리 마을을 둘러보자 폐업한 식당과 건어물 상점, 숙박업소 등이 눈에 들어왔다. 일부 식당 앞마당은 오랜 기간 관리가 안 돼 잡초만 무성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문을 닫은 건어물 직매장. 박진호 기자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문을 닫은 건어물 직매장. 박진호 기자

금강산 관광으로 호황을 누렸던 동해안 최북단 명파리 마을엔 버스기사를 위한 휴게실도 운영됐었다. 박진호 기자

금강산 관광으로 호황을 누렸던 동해안 최북단 명파리 마을엔 버스기사를 위한 휴게실도 운영됐었다. 박진호 기자

 
명파리 마을은 2003년 9월 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호황을 누렸다. 첫해 4개월간 3만6705명이 찾는 등 매년 20만명을 넘는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기 위해 명파리 마을을 지나갔다.

2007년엔 34만5006명이 찾는 등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마을 도로변은 항상 관광객들로 붐볐다. 장석권(63) 명파리 이장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DMZ 특성을 살린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파리에서 6㎞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금강산 콘도 역시 남북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1997년 해변 앞에 문을 연 이 콘도는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됐던 시기 220개의 객실이 가득 찰 때가 많았다. 하지만 중단 이후 요즘 같은 비수기엔 객실 70~80%가 공실이다.
금강산에 가기 위해 강원도 고성군을 찾은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했던 금강산 콘도. 박진호 기자

금강산에 가기 위해 강원도 고성군을 찾은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했던 금강산 콘도. 박진호 기자

 
박영석(44) 금강산 콘도 운영팀 과장은 “남과 북이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금강산 관광 재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며 “금강산을 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이 많은 만큼 남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2012년까지 5년간 고성군 휴·폐업한 업소는 414곳에 달한다. 고성군의 파악한 경제적 손실만 3000억원이 넘었다.
함경도가 고향인 실향민이 모여 사는 속초 아바이마을. 박진호 기자

함경도가 고향인 실향민이 모여 사는 속초 아바이마을. 박진호 기자

함경도가 고향인 실향민이 모여 사는 속초 아바이마을. 아바이마을과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연결하는 갯배. 박진호 기자

함경도가 고향인 실향민이 모여 사는 속초 아바이마을. 아바이마을과 속초관광수산시장을 연결하는 갯배. 박진호 기자

 
남북회담 소식에 국내 유일 실향민 집단정착촌인 아바이마을 주민들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사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함경남도 북청군이 고향인 김춘섭(89·여)할머니는 실향민 1세대로 북한에 오빠와 언니, 동생 등이 살고 있다. 김 할머니는 1·4 후퇴 때 거제도까지 피난을 갔다가 국군이 북진하는 시기에 배를 타고 속초까지 올라왔다.  
당시 국군과 인민군이 남북으로 진퇴를 거듭하던 상황이라 이곳에 잠시 짐을 풀었는데 53년 정전협정으로 38선이 그어지면서 귀향을 하지 못했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김 할머니처럼 북쪽 고향에 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실향민과 그들의 후손이 모여 사는 곳이다. 현재 1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살아있는 1세대 실향민은 김 할머니를 포함해 4명이다.
김 할머니의 아들 고명수(51)씨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데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이 아바이마을이라 불리는 것은 함경도 출신 실향민이 많아서다. 아바이란 함경도 사투리로 보통 나이 많은 남성을 뜻한다.
고성·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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