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정부도 최저임금에 당했다, 외국인 상담원 7명 해고

중앙일보 2018.01.09 10:40
정부도 '최저임금  파장'…외국인 상담원 줄여 일자리 축소
최임위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에 대한 안내 전단 15만 부를 제작해 배포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 최저임금위원회]

최임위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에 대한 안내 전단 15만 부를 제작해 배포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 최저임금위원회]

태국 출신 국제결혼 이주여성으로, 같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던 A씨(38ㆍ광주광역시)는 최근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예산이 부족하다”며 A씨 등 일부 외국인 상담원에 대한 국고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고용노동부, "예산 한정" 이유로 국고지원 상담원 7명 줄여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 가교 역할 하던 상담원들 직업 잃어

2010년부터 국내에 체류 중인 태국인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사업주와 기관 관계자 등의 한국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온 A씨는 “많지 않은 급여를 받고 일하면서도 보람을 느꼈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왜 직업을 잃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긍정적 효과와 함께 일자리 축소 등 부정적 영향도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도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전국의 외국인 상담원 국고 지원 대상자 수를 갑작스럽게 줄이면서 당사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관련 기관도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앙포토

고용노동부. 중앙포토

 
고용노동부는 전국 34개 외국인력소지역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 상담원 국고 지원 규모를 지난해 59명에서 올해 52명으로 7명 축소했다. 외국인력소지역센터는 국내에 체류 중인 다양한 국가 출신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로 각 국가 출신 또는 한국인 상담원들이 근로 등 일상 속 문제점에 대해 상담 후 관련 기관에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취약계층 고용을 보장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국고 지원 대상 외국인 상담원 수를 갑자기 줄인 것은 최저임금의 영향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을 16.4% 인상해 7530원으로 올리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상 국고 지원금으로 외국인 상담원들을 고용해온 일부 외국인력지원센터는 고용노동부의 지원 축소 방침에 따라 일부 상담원들을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과적으로 외국인 상담원 일자리 상실로 이어진 셈이다.
 
경북 지역 외국인력소지역지원센터에서 일하던 50대 한국인 상담원 여성 B씨도 고용노동부의 지원 축소 방침에 따라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었다. 해당 센터는 지난해까지 외국인 2명과 B씨 등 총 3명을 상담원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인원을 2명으로 줄이면서 한 명이 일을 그만둬야 했다. B씨는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들을 위해 상담원 일을 중단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예산은 그대로인데, 지난해처럼 59명 모두를 지원할 수 없었다”며 “결국 일부 외국인력소지역지원센터 외국인 상담원 국고 지원 대상자 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인당 약 110만원 수준이던 국고 지원금 액수를 올해 최저임금 기준 월급 환산액인 월 157만3770원으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 대상자는 줄이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전액 지원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편의점. [중앙포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편의점. [중앙포토]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인 단체 관계자는 “결국 최저임금의 부정적 파장은 숨기고,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 효과만 낸 것처럼 포장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과정에 외국인 상담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큰 혜택만 입은 것처럼 ‘들러리’가 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전액 지원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