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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수사기록에서 드러난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

중앙일보 2018.01.09 06:32
2009년 경기 분당경찰서에서 장자연 사건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오른쪽은 그해 경기도 성남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고 장자연씨 발인식 [중앙포토]

2009년 경기 분당경찰서에서 장자연 사건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오른쪽은 그해 경기도 성남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고 장자연씨 발인식 [중앙포토]

‘장자연 사건’은 지난 2009년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가 유력 인사들의 접대를 강요받아 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를 폭로하는 리스트를 남겨 수사가 시작됐으나 장씨 소속사 전 대표와 전 매니저만 기소되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해당 사건 재조사를 검토 중인 가운데 8일 JTBC는 사건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1400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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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은 ‘회사 비용’으로 머리 손질을 하고 술자리에 나갔다
[사진 JTBC 뉴스룸]

[사진 JTBC 뉴스룸]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장씨는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유흥주점에서 열린 술자리에 불려 나갔다. 이날은 장씨 어머니 기일로 제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술접대 자리에 불려 나가장씨가 차 안에서 눈물을 보이며 신세를 한탄했다고 전 매니저는 진술했다. 특히 해당 술자리 참석 전 장씨는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했는데, 소속사 실장은 사진을 찍어서 비용 증빙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장씨의 개인적 참석이 아닌 회사 비용으로 이뤄진 술접대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자연은 소속사 대표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했다
[사진 JTBC 뉴스룸]

[사진 JTBC 뉴스룸]

 
장씨가 숨지기 한 달 전인 2009년 2월 소속사 대표 김모씨는 한 영화감독과의 골프 접대 자리를 위해 장씨에게 태국으로 오라고 요구했다. 장씨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고, 소속사 대표는 장씨가 타고 다니던 차량을 처분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장씨는 소속사 대표의 접대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또 숨지기 5일 전 매니저와 나눈 통화에서 “소속사 대표가 내 지인에게 ‘내가 나이 든 사람과 만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며 “사장님은 이 바닥에서 나를 발 못 붙이게 조치를 다 취했다”고 말했다.  
 
2009년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씨를 폭행 및 협박 혐의로, 전 매니저 유씨를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술자리 접대 강요, 업무상 횡령, 강제추행치상, 도주,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 등 김씨와 유씨의 나머지 혐의와 강요죄 공범 혐의 등으로 송치된 나머지 피의자 12명에 대해서는 모두 혐의없음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소속사 대표의 성접대 자리 참석 강요 혐의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문건에 언급됐던 인물들도 강요 방조 혐의를 벗은 것이다. 
 
장자연의 동료가 폭로에 가담했다
[사진 JTBC 뉴스룸]

[사진 JTBC 뉴스룸]

 
장씨와 같은 소속사 동료 연예인 윤모씨는 소속사 전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소속사 대표가 부른 접대 자리만 40여 차례다”라고 밝혔다. 특히 윤씨는 “술자리 같은 곳에 가기 싫어하니까 장자연이 한숨을 쉬면서 ‘너는 아직 발톱의 때만큼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진 JTBC 뉴스룸]

[사진 JTBC 뉴스룸]

윤씨는 또 경찰 조사에서 자리 배치까지 기억하며 정치인 A씨가 장씨에게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윤씨가 가해자를 번복하는 등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로 A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당시 A씨가 받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연예인과의 술자리가 알려지면 정치지망생으로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웠다”고 해명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A씨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고, 진술 외에 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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