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XX당 반대! 투표하자’…대법원 “불법 아니다”

중앙일보 2018.01.09 06:00
선거기간 중 특정 정당을 반대하면서 ‘투표하자’고 독려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수사당국은 선거운동 기간 중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을 적발해 왔다. 
 

“정당 비판하며 투표권유 가능”
선거운동기간 지지·반대 첫 판결
선거 중 ‘세월호’ 피켓 등도 합법
6월 지방선거 등 영향 미칠 듯

하지만 대법원은 “이는 선거운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차원에서 해당 선거법 조항을 해석한 첫 판결이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6월 13일)를 대비하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유관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모(49)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홍씨는 2016년 4월 10일 왕십리역 근처에서 ‘기억하자 4.16 투표하자 4.13’ ‘새누리당은 왜 많은 학생들 죽음의 조사를 방해하는가’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당시 근처에는 새누리당 후보 등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홍씨는 현장에 있던 경찰의 제지를 받았고,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직선거법 제58조의2은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하는 경우’ 등을 제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홍씨가 이 조항을 어겼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가 금지된다면 이는 선거운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취지와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공직선거법(제58조의2)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투표참여 권유행위를 금지한 것은, 그 투표참여 권유행위 자체가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 같은 권유행위는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선거기간 개시일 전이나 선거일만 금지되고,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홍씨가 불법적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유권자들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적지 않다”며 홍씨를 유죄로 보고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