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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UAE와의 갈등 지혜롭게 수습할 때

중앙일보 2018.01.09 01:41 종합 30면 지면보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둘러싸고 수많은 의혹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어제 방한했다. 그동안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UAE의 불만, 이면합의, 리베이트, 북한 접촉설 등 수많은 소문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UAE와의 군사협력 갈등설로 모아지고 있다. 2009년 11월 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UAE 특수전 능력을 교육·훈련시키기 위해 아크부대를 파견한 것 외에 포괄적 군사지원을 약속한 이면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국회 비준도 받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당시 UAE와 군사협력을 주도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에 따르면 원전 수주를 두고 유리한 위치에 있던 프랑스와 경쟁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UAE에 군사지원을 하게 됐다고 한다. UAE 원전사업은 건설과 운영 등 1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여서 이명박 정부로선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이 문제를 파헤치자 UAE 측에선 반발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UAE를 긴급 방문했으나 진화에 실패했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얘기다. 송 장관은 “구체적인 내용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청와대도 해명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잘못 처리하면 UAE뿐 아니라 중동 전체로 파문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전 수출을 넘어 석유 수급, 중동의 대규모 건설 수주까지 심각한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과 다르지 않다. 설사 UAE가 안보적인 어려움에 처해 한국에 군사지원을 요청해 오더라도 그때 가서 국회 비준을 받아도 늦지 않다. 지금은 정부가 정파적 시각으로 명분과 도덕성을 따지며 적폐청산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전반적 국익 차원에서 지혜롭게 UAE와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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