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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협상 8번 맞붙었는데 … 역적 된 이병기, 영웅 된 야치

중앙일보 2018.01.09 01:17 종합 10면 지면보기
야치 쇼타로

야치 쇼타로

한·일 간의 뇌관이 돼버린 위안부 합의에 나섰던 양국의 협상 주역이 엇갈린 운명에 처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사진)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이 주인공이다. 이 실장은 국정원장이던 2015년 2월부터 야치 국장과 협상을 시작해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합의를 완성했다. 이 전 실장은 합의 이후 야당에서 ‘최악의 합의를 만든 원흉’으로 비난을 받더니 결국 정권교체 뒤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과 관련해 구속됐다.
 

한국서 비밀협상 비판 나오자
일본선 야치 성과 재조명 분위기
“인맥 두터워 안보국 위상 높아져”

반면 야치 국장의 주가는 일본에서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야치 국장에 대한 아베 총리의 신뢰가 두터워 국가안전보장국의 존재감이 자꾸 커지고 있다. 야치의 최대 강점은 외교관 시절부터 구축한 각국 핵심 인사들과의 파이프다.” (8일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
 
요미우리는 특히 한국 위안부 TF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과 도합 8회에 걸쳐 접촉해 합의 문안 조정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야치의 두터운 인맥을 조명했다. 위안부 합의 당시 아베 정부가 보수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밀어부친 데에는 야치 국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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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치 국장은 지난해 5월엔 중국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도쿄 부근의 관광지인 하코네의 리조트 호텔로 초청해 5시간 넘도록 식사를 함께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러시아의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도 친분이 깊다.
 
야치 국장이 이끄는 국가안전보장국은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외교의 심장’, ‘일본 정부 외교안보의 사령탑’, ‘외무성을 뛰어넘는 제1외무성’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당초 NSC를 뒷받침하는 사무국으로 2014년 1월 발족했지만, 정책 입안과 정보 수집 등에서 NSC를 사실상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방침을 굳히기 직전 야치 국장을 두 차례나 불러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데, 미국과 북한이 충돌할 가능성이 없느냐. 북한이 갑자기 대화 쪽으로 입장을 틀지는 않겠느냐’를 꼼꼼히 확인했다는 일화도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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