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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러니 살 찌지” “술집여자 같아 태워” … 막말택시 겁난다

중앙일보 2018.01.09 00:59 종합 16면 지면보기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50대 주부 A씨는 택시 타는 게 겁이 난다. 얼마 전 택시 안에서 겪은 일 때문이다. 목적지인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한 그는 결제를 위해 택시기사에게 신용카드를 건넸다. 그러자 기사는 “카드 단말기가 고장 났으니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요금은 3000원 정도였는데, A씨는 현금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황한 A씨에게 기사는 “돈 3000원도 안 갖고 다니냐. 임대아파트에 살아서 무식하다”며 면박을 줬다.
 

카드 내니 “임대아파트 살아 무식”
불친절 신고, 승차거부보다 많아
욕설·협박·성희롱 등 유형도 다양
서울시 “신고 많은 기사 집중관리”

결국 A씨는 근처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 요금을 냈다. A씨는 이 모든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녹취했고, 120다산콜을 통해 기사를 신고했다. 그는 “사는 곳을 비하해 수치심을 느꼈다. 앞으로 무서워서 택시를 못 타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사에겐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됐다.
 
일부 택시기사의 ‘언어폭력’이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택시불편신고 2만407건 가운데 ‘불친절’이 6898건, 33.8%로 1위를 차지했다. ‘승차거부’(6176건·30.2%), 부당요금(4323건·21.2%) 신고보다 많았다. 중앙일보가 불친절 내용을 살펴보니 A씨 경우와 같은 언어폭력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정선 서울시 교통지도과장은 “일부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승차거부를 했을 때 기사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이 더 크다 보니, 승객을 일단 태운 뒤 불친절하게 응대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차거부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세 차례 받으면 택시 운전 자격이 취소된다. 불친절한 기사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은 과태료가 부과되는 정도다.
 
20대 여성 직장인 B씨 역시 택시에서 불쾌한 일을 겪고 신고했다. 그는 체격이 좋은 남자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는데, 남자친구가 먼저 골목길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 내렸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골목길이었지만, 기사는 짜증을 냈다. 급기야 기사는 창문을 내리더니 걸어가는 남자친구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이 XX야, 니가 그러니까 살이 찌는 거야.”
 
과태료가 부과된 기사의 ‘불친절’ 유형에는 협박·성희롱도 포함돼 있다. 30대 남성 직장인 C씨는 택시 호출 앱에 응하고도 수십 분간 연락이 두절된 기사에게 전화로 항의했다가 “죽여 버린다”는 협박을 받았다.
 
여성 승객에게는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일 것 같아서 호출에 응했다”며 얼굴을 쳐다본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부 택시기사의 얘기다. 택시기사들은 불친절이 전체의 문제로 비치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기사 조욱천(58)씨는 “일부 기사의 그런 행동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교통수단이 다양화되면서 택시 하루 승차율이 60%대로 떨어졌다. 열악해진 근무환경 속에 기사들의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불친절 신고의 90%가 ‘증거불충분’으로 행정처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부 정경숙(48)씨는 “내 또래의 기사가 70대인 어머니에게 짜증 섞인 반말을 했다. 증거가 없어 신고를 못 한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절 교육과 상시 모니터링의 부재, 심각한 구인난을 택시 불친절의 원인으로 꼽는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택시 서비스가 뛰어난 일본에는 정부·지자체로부터 독립된 택시 서비스 관리기구가 있다.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이곳에서 기사에게 친절교육을 하고, 모니터링해 우수한 택시 회사는 인증해준다”고 말했다. 민만기 녹색교통 대표는 “기사 구인난이 심각하다 보니 택시회사들은 ‘일단 뽑고 보자’는 식이다. 택시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선 교통지도과장은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기사는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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