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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6배 늘었지만 중심 상가 너무 멀고 주차할 곳 없어

중앙일보 2018.01.09 00:38 종합 20면 지면보기
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⑨ 대구 신서혁신도시 ‘팔공 이노밸리’
10개 공공기관이 이주한 대구 동구 신서동의 신서혁신도시. [사진 대구시]

10개 공공기관이 이주한 대구 동구 신서동의 신서혁신도시. [사진 대구시]

지난 3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신서동 방향으로 차를 타고 30분가량 달리자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공공기관 단지가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한국감정원 등 공공기관 10개가 입주한 대구 신서혁신도시다. 공공기관 단지에는 한국뇌연구원·신약개발지원센터 등 첨단의료분야의 연구·개발·생산 센터가 모인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있다. 신서동이 있는 팔공산 아래서 산·학·연이 모여 혁신을 이룬다는 뜻에서 팔공 이노밸리(Innovation Valley)라고도 불린다.

가스공사 등 10개 공기업 옮겨와
학교 등 잘 갖춰 아파트 분양완료
상가 접근성 떨어져 주민들 불편
땅값 치솟고 점포 절반 이상 공실
“지역기업과 연계, 경제 활성화를”

 
동구 신서동 일대에 면적 421만6000㎡, 계획인구 2만2215명 규모로 조성된 신서혁신도시는 2007년부터 2015년 12월까지 1조450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준공했다. 혁신도시 주변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이 13개 단지 6845세대가 있다. 1개 단지 477세대도 추가로 착공될 예정이다.
 
신서혁신도시에는 병·의원 8곳, 약국 4곳, 편의점·마트 35곳 등 편의시설이 있다. 단지 인근 중심 상업지구에는 올 2월 대형마트 코스트코도 문을 연다. 유치원 4개, 초·중·고등학교가 각 2곳, 1곳, 1곳이 있다. 신서동 일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 김은희(42)씨는 “예전에 이곳은 허허벌판에다 대구에서도 이른바 가난한 동네였는데 공기업이 입주하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모든 게 새것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혁신도시의 상가 건물에 ‘임대’ ‘매매’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백경서 기자]

혁신도시의 상가 건물에 ‘임대’ ‘매매’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백경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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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6배가량 늘었다. 혁신도시 준공 전인 2014년만 해도 2111명이 살고 있었지만 2017년 11월 기준 혁신도시 계획인구(2만2215명)의 64%인 1만4165명이 살고 있다. 공공기관 10곳에서 신서혁신도시에 새 보금자리를 꾸린 인원은 3187명이다.
 
이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비율은 35%다. 가족동반 이주율이 높진 않지만, 아파트 분양은 대부분 완료됐다. 이정화 서한 명가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공공기관 이주 임직원에게 특별 분양을 해준 데다가 경산시 등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학교 등 인프라가 잘 조성된 신서혁신도시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지금은 아파트에 주민들이 꽉 차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세수도 늘었다. 지난해 혁신도시에서 걷힌 지방세는 486억8300만원이었다. 2014년 220억원보다 두 배 늘었다. 혁신도시에서 납부하는 지방세는 대구시 전체 지방세수의 1.6%를 차지한다.
 
대구 신서혁신도시

대구 신서혁신도시

인구 증가에 덩달아 치솟는 땅값 문제는 신서혁신도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서혁신도시 보상가는 전·답의 경우 3.3㎡당 48만~50만원, 대지는 3.3㎡당 142만원이었다. 임야는 3.3㎡당 보상가가 8만원대였다. 혁신도시 조성 후 상업지역의 경우 땅값은 최근 3.3㎡당 250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상가 매매가도 함께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상가 매매가는 1층 66㎡(20평)의 경우 5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혁신도시 내 상가의 절반은 비어있다. 혁신도시내 중심 지구의 공실률은 80%에 육박한다. 중심 상가지구의 한 건물은 34개 상가 가운데 28개가 비어있다.
 
중심 상가지구의 경우 아파트 단지와 떨어져 주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데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인근 공공기관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이날 상가 건물 곳곳에는 ‘임대’ ‘매매’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곳 상가를 분양받은 김모(60)씨는 “노후 대비용으로 3억원 가까이 빚을 내 분양받았는데 임대는 안 되고 매달 이자만 100만원 넘게 나간다”며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주민 박은옥(41)씨는 “학교가 잘돼 있어 서울에서 옮겨왔는데 학원에 가려면 차로 20분 넘게 걸린다”며 “학원이나 문화 공간이 풍부하게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실장은 “혁신도시의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에 더 힘써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혁신 도시내 기업과 지역 기업을 유기적 연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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