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앗싸, 신선하다 ‘아프로 아시안 뽕짝’의 구성진 리듬

중앙일보 2018.01.09 00:35 종합 21면 지면보기
성기완, 한여름, 아미두 디아바테는 ‘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앗싸)를 결성해 첫 음반 ‘트레 봉봉’을 내놓았다. 록, 국악, 민요 등 각기 다른 음악이 한데 아우러져 독특한 소리를 뿜어낸다. [사진 칠리뮤직]

성기완, 한여름, 아미두 디아바테는 ‘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앗싸)를 결성해 첫 음반 ‘트레 봉봉’을 내놓았다. 록, 국악, 민요 등 각기 다른 음악이 한데 아우러져 독특한 소리를 뿜어낸다. [사진 칠리뮤직]

“위 아 앗싸! 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We R AASSA! Afro Asian SSound Act).”
 

록밴드 성기완, 국악 전공 한여름
부르키나파소 출신 아미두 가세
3인조 월드뮤직 밴드 첫 음반
“모든 음악은 아프리카에 빚져”

최근 발매된 앗싸 1집 ‘트레 봉봉’의 첫 번째 수록곡은 이렇게 시작된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뮤지션 아미두 디아바테와 한국의 기타리스트 겸 시인 성기완, 국악 정가를 전공한 미학도 한여름이라는 복잡다단한 수식어 대신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효과는 제법 뛰어나다. 한국 정가와 트로트 가락이 서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뒤섞여 있고, 한국어·영어·프랑스어·서아프리카어(밤바라어·시아무어) 등 5개 언어가 함께 흘러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프로 아시안 뽕짝’ 같은 경우 한 사람은 8분의 6박자, 한 사람은 4분의 4박자를 타고 있어도 자연스레 이어질 정도다.
 
사실 아프리카 음악은 성기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2005년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을 진행하며 아프리카 음악의 매력에 빠진 그는 지난해 17년간 몸담았던 록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를 탈퇴하고 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그는 “은퇴할 나이도 얼마 안 남았는데 더 늦기 전에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마침 브라질 음악 커뮤니티를 통해 아미두를 소개받았고, 사석에서 여름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봤는데 셋이 함께하면 재밌겠다 싶었죠.”
 
국적도, 언어, 나이도 다른 세 사람이지만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서울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성기완과 아미두는 주로 프랑스어로 소통하고, 국악을 거쳐 미학과 작곡을 공부한 한여름은 영어로 이야기한다. 한여름은 “프랑스어는 전혀 못 해도 음악이 만국공통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족음악은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화성법이 수직적 결합이라면 대위법은 수평적 결합인데요. 서로 다른 라인이 서로 갈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마지막엔 만나서 하모니를 이루는 거죠. 그렇게 생긴 충돌이 새로운 동력으로 전환되기도 하고요.”
 
아미두가 “칠채 장단을 들었을 때 우리 동네에도 있는 리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자, 성기완은 “두 나라 다 화성보다는 리듬을 중시하는 음악”이라고 말을 보탰다. “사실 모든 음악이 아프리카 음악에 빚지고 있어요. 힙합과 알앤비, 솔과 재즈 모두 블랙 뮤직이잖아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한다고 해서 그게 다 한국적인 건 아니죠. 그 친구들도 힙합을 기반으로 하고 흑인 음악을 차용하니까요. 그래서 그 공용어를 제대로 탐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음악가 계급인 ‘그리오(griot)’ 출신인 아미두는 여러모로 영감의 원천이었다. 13대째 음악가로 살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본인이 연주하는 악기는 모두 만들어 사용할 만큼 남다른 감각의 소유자다. 세 살 때부터 연주한 타악기 발라폰과 박처럼 생긴 칼레바스, 기타와 하프를 합친 듯한 고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카드 계산기가 내는 ‘삑’ 소리가 새소리처럼 들린다거나 시장을 찾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곡을 쓰는 등 자연과 기계, 인간의 소리와 음악에 구분을 두지 않는 태도 역시 앗싸가 다양한 시도를 하는 토대가 되어줬다.
 
성기완은 “아프리카는 부족별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음악도 언어에 따라 잘게 쪼개져 있는 편”이라며 “하지만 식민지배와 분단의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이를 본능적으로 하나로 합치려고 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음악이 항상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고 덕담과 주술의 기능을 가진 것도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을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에요. 2012년 경기 포천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 선발돼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이곳에서 우리 음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죠. 그리오는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음악이 필요한 곳에는 항상 함께하거든요. 그들을 웃게 하거나 위로하거나 저희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아프리카 사람들이라고 줄창 북만 치진 않아요. 다양한 악기로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아미두)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