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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한·미 FTA 개정, 나쁜 협상보다 타결 안 되는게 낫다”

중앙일보 2018.01.09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협상 결과가 나쁘다면 아예 타결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등 미국의 잇따른 통상 압박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난 5일 1차 협상 브리핑
첫 단추 끼웠지만 순조롭지 않아
트럼프 취임 1년, 압박 강화 예상

통상압박 지속 땐 WTO 제소 검토
스티글리츠 “개정 협상은 큰 실수”

8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다. 5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FTA 1차 개정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김 본부장은 “1차 협상에선 양국의 관심 분야, 민감 분야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며 “미국은 예상대로 비관세 장벽 해소 등 자동차 관련 내용을 지적했고, 우리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개선과 최근의 수입 규제 조치 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1차 협상에서 미국은 관세뿐만 아니라 자동차 원산지 기준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자동차 분야의 거의 모든 이슈가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국 간 자동차 수출 불균형을 지적하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김 본부장은 “어제 미국 석학들이 언급한 것에 완벽하게 동의한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7일 열린 2018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자동차 무역수지는 전적으로 한국·미국산 자동차의 제품 경쟁력 차이 때문”이라며 “한·미 FTA로 미국은 서비스수지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데 자동차 때문에 개정 협상을 하는 건 큰 실수”라고 말했다.
 
일단 첫 단추를 끼웠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게 김 본부장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이 세제개편 작업을 끝낸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외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이익 균형과 국익 극대화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농축산 분야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나쁜 협상보다 아예 타결 안 되는 것이 낫다”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 규제 건수는 2016년 23건에서 지난해 31건으로 늘었다. 세이프가드나 반덤핑 규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1월 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 수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겠다”며 “국제 규범에 어긋난다면 WTO 제소 등을 통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FTA 서비스 분야 후속 협상도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2015년 발효된 한·중 FTA는 제조업 등 상품 분야의 관세장벽 해소에 초점을 뒀다. 당시 양국은 서비스·투자·금융에 관한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사드 보복 등으로 지연됐다가 최근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김 본부장은 “관광·문화·의료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부분에서 활로를 넓힐 것”이라며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을 실질적 보호할 조치를 마련하고, 안정적 투자 여건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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