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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불확실한 대박 버리고, 일상에서 행복 찾는다

중앙일보 2018.01.09 00:02 1면 지면보기
신년기획 上 마이너스(-) 라이프
 
빼면(-) 행복해지고, 바꾸면(0) 만족스럽고, 더하면(+) 편리해지는 시대가 왔다. 본지는 새해 라이프 트렌드를 마이너스·제로(0)·플러스로 3회 연속 전망한다. 그 첫 회는 '마이너스 라이프'다. 1988~94년생 직장인이 올해 마이너스 라이프를 이끌 전망이다. 이 세대는 행복의 장애물을 과감히 '덜어낸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의 활약을 눈여겨보자.
 
#‘빨간 꽃에 맞춰 받은 빨간 젤네일’‘이틀 연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치즈버거’ ‘로스팅 원두 향이 깊은 커피 발견’.1990년생 직장인 박유나(28·여·서울 중계동)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상의 한 부분이다. 얼마 전부터 박씨는 직장이 있는성수동에서 맛집을 발견할 때마다 ‘#박슐랭’을 태그하며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지인들과 공유한다. 박씨는 “회사-집을오가는 일상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며 “미쉐린(미슐랭) 맛집을 찾아가기보다 내가 찾아낸 맛집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큰 행복을 기다리기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려는 열풍이 올해의 소비 심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확행’은 일본의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90년대 발간한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나온 말이다. 무라카미는 ‘겨울밤 이불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의 감촉’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새 셔츠를 뒤집어 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으로 언급했다. 누구나 경험할수 있는 일상의 작은 행복감이다. 
 
최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100미터 마이크로 산책’도 소확행 트렌드를 대변한다. 이는 동네를 크게한 바퀴 도는 일반적인 산책과 달리 반경100m의 공간을 1년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관찰하며 걷는 것을 말한다.가령 클로버가 밤사이 잎사귀를 두 개 피웠다든지, 모래의 개미집 입구가 달라졌다든지 하는 변화를 비교하며 행복을 느끼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소확행을 담은 콘텐트가 호응을 얻고 있다.명품 구매 인증샷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유한 사진에 ‘좋아요’가 많거나 댓글이 더 달린다.기업도 소확행 트렌드를반영한 콘텐트를 늘리는 추세다. 한화의 SNS 계정인 ‘한화데이즈’는 지극히 사소한 콘텐트로 고객의호응을 끌어낸다. 한화 아쿠아월드 홍보를위해 스릴 만점의 워터풀 시설을보여주 는 것이 아니라 얼음물이 담긴 대야에 발을담그고 있는 9초짜리 영상을 올리는 식이다. 이렇게 남다른 콘텐트덕분에 한화는 국내 기업 중 네 번째로 온라인 계정 팔로어 수 100만을 돌파했다.
 
퇴근 후엔 카톡 끄고 취미생활
상사 눈치 보느라 야근을 자처하고, 집에 와서도 서류를 들여다보고…. 바로 기성세대의 모습이다.실제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7시간41분으로 OECD 평균 수면 시간 8시간22분에 비해 41분이나 적다. 워라밸 세대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 자신의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적당히 벌면서 편하게 살기를원한다. 그래서 퇴근 후에는 과감히단체 카톡방 알람을 끈다. 
 
여유 시간에는 자기 계발에 투자하거나취미 활동에 돈을 쓴다. 지난해에 핸드메이드 공방을 찾은 사람이 늘어난 것도 이와관련 있다. 공예품을 직접 만들며 아날로그 정서를 느끼고 커뮤니티 활동과 휴식을함께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 공방은 올해도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자신의 힐링을 위한 포미(For me) 소비를 하는 워라밸 세대는피곤하거나 졸리면 동료와의점심 약속을 포기하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집안’ 중심이던 수면 장소가 수면카페 같은 ‘집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2016년 전국 수면카페 67곳을대상으로 집계한 신한카드 사용처빅데이터에 따르면 수면카페 이용 고객 중 20대가 63%에 달했다. 건당 이용액은 평균 1만9400원, 1회당 이용 시간은 1.5시간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책상에도 나만의 공간
#입사 5년차인 회사원 우성희(29·가명·서울 통일로)씨는 새해 들어 사무실 책상에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키스’를 붙였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설렘의 감정을 느껴서다. 책상 파티션 위엔 양(羊) 인형이 걸터앉아 있다. 상사에게 지적을 받을 때 양 인형을 쓰다듬으면 마음이가라앉는다. 올해 휴가 때 가고 싶은 인도네시아 빈탄의 풍경 사진도 걸어놨다. 우씨는 “하루 중 대다수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을 나만의 힐링 장소로 꾸며보기로했다”며 “그림·사진·인형을비치한 후로는 업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다소줄어든 느낌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 OECD 회원국 중 2위일 정도로 일을 많이 했다. 업무량이 많은 만큼 업무 스트레스 강도도 세다. 워라밸 세대는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고 스트레스를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힐링 공간을 갖는다. 김난도 교수는 이 공간을 ‘케렌시아(Querencia)’에 비유한다. 케렌시아는 싸움소가 힘을 비축하고 다음 전투에 대비하는 장소를 말한다. 우씨처럼 사무실 책상을 힐링 장소로 꾸미는, 이른바 ‘데스크테리어(데스크+인테리어)’ 용품도 다양해질전망이다. 김 교수는 “카페, 책방, 고궁, 이자카야, 코인 노래방, 출근길 버스 맨 뒷자리, 사무실 책상(데스크테리어)을 케렌시아로 삼는 워라밸 세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심교 기자(simkyo@joongang.co.kr)
참고 서적=트렌드 코리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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