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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파업하는 현대차 공장 앞 가보니…스크린골프·당구장 붐비고 식당·술집 ‘썰렁’

중앙일보 2018.01.09 00:01
새해 파업에 들어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 근처의 한 당구장. 오후 3시쯤 중장년 남성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새해 파업에 들어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 근처의 한 당구장. 오후 3시쯤 중장년 남성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쯤 울산 북구 명촌동 한 당구장 앞. 작업복 점퍼를 입은 40대 남성이 동료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원(이하 조합원) A씨다. 그에게서 술 냄새가 약하게 났다. A씨는 “파업 때문에 마음이 공허해 동료들과 한잔한 뒤 당구를 치러 왔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 앞 명촌동 상가 골목
주민·상인들 “안 그래도 힘든데 해도 너무하다”
길에서 만난 조합원 “돈 좀 더 받는다고 귀족이냐”

지난달 22일 현대차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협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4·5·8·9일은 1·2조가 각 4시간씩, 10일은 각 6시간씩 파업한다. 연말에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것은 노조 창립 이래 30년 만에 처음이다.
 
전례 없이 길어지는 파업 분위기에 지역 상인과 주민들도 동요하고 있다. 명촌동은 양정동 현대차 공장의 명촌 정문과 가까워 회사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울산 공장 근무 인원은 3만1000여 명이다. 한 식당 주인은 “60~70%가 현대차 관련 매출”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역시 파업에 익숙하지만 올해는 반응이 다르다. 명촌동 주민 김모(56·여)씨는 “그러지 않아도 경기가 안 좋아 다들 먹고 살기 힘든데 너무한다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45·여)는 “조합원들끼리도 연말에 (협상을) 타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더라”며 “파업 때문에 동네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 노조 편을 드는 주민은 현대차 직원 가족뿐인 것 같다”고도 했다.
울산 북구 명촌동의 한 술집. 현대차 노사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최은경 기자

울산 북구 명촌동의 한 술집. 현대차 노사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최은경 기자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역 상권은 엇갈린 ‘파업 경기’를 겪고 있다. 음식점·술집·노래방은 대체로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명촌동에서 호프집을 하는 B씨(37)는 “지난 연말 전년보다 매출이 40% 줄었다”며 “상인들이 보기에 연봉을 많이 받는 현대차 직원들이 와서 소주 4000원이 비싸다고 할 때는 솔직히 화난다”고 말했다. 
 
고깃집 사장 김동원(46)씨는 “지난해 6월 이후 거리에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협상을 못 해 돈을 못 받으니 단체 회식뿐 아니라 가족 손님도 전년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 고깃집은 지난 연말 현대차 하청업체 단체 손님을 거의 못 받았다고 했다. 식당이라고 다 같진 않다. 한 상인은 “한 대형 식당은 현대차 단체 손님이 (파업 때문에) 낮에 오니 하루 두 번 단체 예약을 받을 수 있어 매출이 늘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골목에 있는 스크린 골프장은 식당가와 분위기가 달랐다. 오후 3시쯤 5개 방이 모두 차 있었다. 이 골프장 사장은 “이 시간대 부분 파업으로 일찍 마친 현대차 직원들이 삼삼오오 온다”며 “이용 비용이 오후가 더 싸 매출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 A씨를 만난 당구장 역시 몇몇 당구 테이블에서 중장년 남성들이 당구를 치고 있었다. 이곳 사장은 ‘파업한 현대차 직원들이 많이 오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며 “노 코멘트”라면서 웃었다.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과 가까운 명촌동 상가 골목. 최은경 기자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공장과 가까운 명촌동 상가 골목. 최은경 기자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현대차 조합원 B씨(40대)는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도 중요한데 언론이 너무 임금 협상에만 초점을 맞춘다”며 “돈 좀 더 받는다고 노동자가 어떻게 ‘귀족’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파업에 큰 관심 없이 단체 활동을 하는 조합원들도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A씨는 “파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 측에 서운함을 내비친 뒤 당구장으로 올라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39차 교섭에서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금과 격려금 지급 등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사 측은 “노조의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 인사 경영권 관련 불합리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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