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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자"vs"안된다" 최저임금 해외서도 몸살

중앙일보 2018.01.08 17:54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프랑스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극좌 성향 멜랑숑 후보는 최저임금 15% 인상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독일·영국보다 프랑스의 청년실업률(24%)이 더 높은 상황에서 청년층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꺼낸 것이다. 프랑스 기업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업인 200명은 르몽드에 "극단주의적인 후보를 찍지 말라"는 호소의 글을 싣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 심화, 각국서 '최저임금 인상' 카드 급부상
미국 18개 주서 최저임금 인상…일본·영국도 인상 목표 정해
'무인화, 수입 대체, 해외 기업 이탈' 기업 반발도 확산
한국 최저임금, 중위임금 기준으론 OECD 최고 수준
"박근혜 정부서도 매년 7~8%씩 꾸준히 올라"

'최저임금 논쟁'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경기 불황에 대처하려고 시중에 돈을 풀었다. 하지만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공통으로 발생했다. 점점 심화하는 양극화 현상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 카드가 급부상한 것이다. 기업의 반발도 만만찮다. 선진국에선 주로 "무인화와 수입 대체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란 논리로, 개발도상국에선 "인건비 메리트가 사라져 해외 기업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주장으로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EU 최저임금

EU 최저임금

 
미국은 올해 초 18개 주, 19개 대도시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연방정부 최저임금은 7.25 달러로 올해에도 동결될 예정이지만, 개별 주 정부는 11~15달러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 정부를 중심으로 한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과 영국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각각 1000엔(9400원), 9파운드(1만300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개발도상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얀마는 올해 33%, 캄보디아는 11.3%를 올리기로 했다.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이라며 "양극화 해소의 책임이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에도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최저임금 추이

일본 최저임금 추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어떤 수준일까.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은 절대적인 금액만 비교하면,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낮다. 원화로 환산한 최저임금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8145원, 8200원이다. 하지만 주요국 최저임금에는 숙식비 등 현물급여도 포함돼 있다.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은 최저임금에서 제외하는 한국과 절대 금액을 비교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체 근로자의 중간 수준 임금(중위임금)에서 최저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라별 비교 지표로 삼는다. 한국의 2015년 기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4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0.7%)에는 못 미치는 수치였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63.2%까지 오르면 단숨에 가장 높은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선진국 중 한국보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이 높은 나라는 프랑스 정도밖에 없게 됐다"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매년 7~8%씩 올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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