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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석학들, 트럼프노믹스 불신.."한미FTA 재협상, 트럼프의 실수"

중앙일보 2018.01.08 16:08
 미국 경제가 10년 전 경제위기를 완전히 털고 일어나면서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지만, 경제 석학들 사이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비롯한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2018 전미경제학회에서 주장
"경기회복, 트럼프 정책과 무관"
"감세로 재정적자만 가중될 우려"

지난 4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18 전미경제학회(AEA)’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이 연이어 쏟아졌다.
 
행사 하이라이트인 ‘트럼프 경제정책 1년 평가’ 세션에서는 래리 서머스 교수(전 재무장관ㆍ전 하버드대 총장), 에드먼드 펠프스 콜롬비아대 교수(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올리비에 블랑샤르 미국경제학회장(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ㆍ전 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석학들이 패널로 참석해 미국의 무역ㆍ세제ㆍ증시 등을 분야별로 진단했다.
 
가장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해 “미국은 상품수지에서는 적자이지만 서비스수지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정이 파기되면 미국도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이 자동차 때문에 FTA 재협상을 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하면서 “자동차 무역수지는 전적으로 한국ㆍ미국산 자동차의 제품 경쟁력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콜럼비아대 교수. [블룸버그통신]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콜럼비아대 교수. [블룸버그통신]

 
스티글리츠 교수는 “설사 미국에 불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이미 체결돼 시행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미국의 재협상 압박이 한미 안보 협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흑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 부문을 강하게 부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머스 교수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한ㆍ미 FTA 등은 예외없이 이들 나라의 관세를 낮춰 미국 상품 진출을 도왔다”며 “중상주의라면서 이런 걸 다 포기하면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가 올라가고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국제무역 룰을 개선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예 파괴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는 미국의 리더십과 소프트파워를 갉아먹고 중국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무역적자를 늘리고 미국인 삶의 수준만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4일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2만5000선을 돌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 임기 동안 2만5000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제 취임한 지 11개월밖에 안 됐다”면서 “새로운 목표는 3만”이라고 밝혔다.
 
블랑샤르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S&P500지수 기준으로 22.4% 올랐다”면서도 “이 중 12%포인트는 기업이익 증가에 따른 것인데, 이익 증가의 절반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5%포인트는 감세효과 기대, 나머지 5%포인트는 규제완화 기대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여한 부분이 그의 주장만큼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서머스 교수는 “미국 경기 회복은 트럼프 정책과 무관한 글로벌 트렌드”라며 “지난해 미국 증시가 많이 올랐지만 한국과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하면 상승 폭이 작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글로벌 증시를 따라가는 상황이지, 결코 선도하는 입장이 아니다”며 “미국이 선도하는 구조라면 자금이 유입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야 하지만, 오히려 지난해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대적인 감세로 재정적자 우려 또한 잇따라 제기됐다. 펠프스 교수는 “세제개편에 따른 투자 확대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겠지만, 국가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 투자가 인공지능(AI), 로봇 개발 등에 투입되면 임금 상승과 채용 등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공일 전 중앙일보 고문과 대담중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오른쪽), [중앙포토]

사공일 전 중앙일보 고문과 대담중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오른쪽), [중앙포토]

 
서머스 교수도 감세정책이 재정적자를 늘릴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지금의 경기 확장세가 곧 끝날 것으로 본다”며 “재정적자 증가는 앞으로 (경기침체 시) 지출 확대를 가로막아 트럼프 정부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랑샤르 회장은 “감세는 더 많은 투자와 높은 성장률을 가져온다고 하지만 높은 금리도 불러온다”며 “감세 효과는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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