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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트럼프'가 트럼프와 붙으면? … 미국에 재앙

중앙일보 2018.01.08 15:06
오는 7월 1일 열리는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리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국과 멕시코 간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좌파 민족주의자 오브라도르 승리 유력
트럼프 맹렬히 공격하며 지지율 급상승
미국과 무역, 이민 문제에서 갈등 빚을 듯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폴리티코는 “최근 지지율이 더욱 오른 오브라도르의 대선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며 “그가 당선된다면 미국과 멕시코는 무역, 이민 그리고 장벽 건설 등의 문제에서 큰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내고 좌파 정당 모레나당을 창당한 오브라도르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념은 다르지만, 반기득권을 외치며 거침없는 발언 스타일로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멕시코의 트럼프’란 별명이 붙었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장벽 건설 등으로 멕시코를 압박해온 트럼프를 맹렬히 공격하며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트럼프에 반대하며 트럼프식 화법으로 인기를 끈 셈이다. 여기에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ㆍ빈민층을 공략해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인기는 더욱 고공행진 중이다.  
 
2017년 나프타 현황

2017년 나프타 현황

워싱턴 정가에선 그의 당선을 벌써 우려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중남미 좌파 벨트의 부활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에, 바로 옆 국가의 강경한 좌파 민족주의자 대통령의 탄생은 좋을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텍사스주의 마이크 맥카울 공화당 하원의원은 “그의 취임을 절대 보고 싶지 않다”며 “트럼프가 나프타를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는 일은 오히려 오브라도르를 돕는 일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를 보냈다.  
 
폴리티코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해 “‘멕시칸 퍼스트’를 외치는 민족주의자 성향의 오브라도르는 트럼프 행정부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그들(멕시코 국민)이 계속 모욕을 당한다면 멕시코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뜻에 맞출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러 문제로 얽혀있는 멕시코를 자극해서 미국에도 좋을 일이 없단 뜻이다.    
  
오브라도르는 벌써 “나프타가 멕시코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트럼프에 맞서 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과 무역 협력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오브라도르가 당선되는 일은 단순한 미국과 멕시코의 갈등을 넘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8년 세계 경제를 위협할 10대 리스크 중 하나로 ‘멕시코’를 꼽았다. 대미 무역 강경론자인 오브라도르가 대통령이 되면 대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멕시코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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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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