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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2018년 새로워질 내 모습 적었다면 리듬 살려 랩으로 불러봐

중앙일보 2018.01.08 12:00
(왼쪽부터)최지혜 (부산 해원초 5) 학생기자, 김채리 (부산 해운대초 5)· 최예나 (부산 해원초 5) 소중 독자

(왼쪽부터)최지혜 (부산 해원초 5) 학생기자, 김채리 (부산 해운대초 5)· 최예나 (부산 해원초 5) 소중 독자

“첵! 첵! 드랍 더 비트!” 마이크를 손에 쥐고 건들건들 걸어 나와 리듬을 타며 랩을 뱉어내는 래퍼. 관중은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합니다. ‘나도 TV 속 멋진 래퍼처럼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해봤으면’ 생각해본 적 있나요. 그렇다면 래퍼 박하재홍 a.k.a* 엠씨세이모(MC Se I Mo)의 랩 이야기를 잘 들어보세요. 그리고 2018년 새해를 맞는 나의 마음을 랩으로 한번 표현해봐요. 동행취재에 나선 학생들이 박하재홍 래퍼를 만나 완성시킨 생애 첫 자작 랩을 참고해도 좋겠죠.  
 
(*‘also known as’의 줄임말로, ‘~로도 알려진’이라는 뜻. 래퍼의 본명과 함께 랩을 할 때 불리는 별명을 표시할 때 쓴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최지혜(부산 해원초 5) 학생기자, 김채리(부산 해운대초 5)·최예나(부산 해원초 5) 소중 독자,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참고 도서=『랩으로 인문학 하기』(박하재홍 글, 슬로비)
 
 
최지혜·김채리·최예나(왼쪽부터)양이 래퍼이자 작가인 박하재홍(맨 오른쪽)씨를 만나 랩하는 법을 배우고 자작 랩을 만들어봤다.

최지혜·김채리·최예나(왼쪽부터)양이 래퍼이자 작가인 박하재홍(맨 오른쪽)씨를 만나 랩하는 법을 배우고 자작 랩을 만들어봤다.

랩이 뭐지?  
“랩은. 하고 싶은 말에. 장단을 실어. 상대방의 귀를. 끌어당기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의 기술이자 표현.”  
 
내가 생각하는 ‘랩’의 정의야.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인다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지. 첫 번째는 리듬을 타는 거야. 랩이라고 하면 정신없이 빠르게 말하는 거라고 오해하기도 하는데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느긋하고 여유롭게 리듬을 탈 수도 있지. 힙합 리듬을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져. 두 번째로 듣는 사람이 내 말에 공감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걸 말하면서 ‘내 말이 맞지? 그렇지 않아?’라고 설득하는 게 랩이거든.  
 
근데 랩과 잘 헷갈리는 단어가 하나 있어. 바로 ‘힙합’이야. 랩과 힙합은 거의 항상 붙어 다니는 단어인데, 랩은 힙합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랩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힙합은 아니고 또 랩이 없는 힙합 음악도 있지만, 랩이 힙합에서 탄생한 것만은 사실이야. 그래서 많은 래퍼가 실제로 힙합을 좋아해. 마치 김치와도 같지. 지금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김치를 먹고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김치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김치에는 한국의 정서가 깊이 담겨 있는 것처럼 말이야. 랩에는 힙합의 정서가 들어있지.  
 
힙합은 미국의 흑인들이 모여 살던 동네 거리에서 시작됐어. 그래서인지 랩도 영어로 해야 폼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물론 많은 래퍼가 ‘푸쳐핸섭(Put your hands up)’이나 ‘세이 호(Say Ho)’ 같은 말을 즐겨 쓰기는 하지.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 전통 음악에서 ‘얼쑤’, ‘좋다’를 외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돼. 흥을 돋우기 위한 그 음악만의 추임새라고 할까. 실제로는 대부분 래퍼가 한국어를 좋아하고 어휘력도 뛰어난걸. 랩은 한 글자의 단어에도 소리와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본래의 자기 언어로 하는 게 최고야. 
 
최지혜(가운데) 학생기자가 쓴 새해 다짐 랩 가사를 박하재홍 작가가 리듬을 넣어 랩으로 말하는 시범을 보였다.

최지혜(가운데) 학생기자가 쓴 새해 다짐 랩 가사를 박하재홍 작가가 리듬을 넣어 랩으로 말하는 시범을 보였다.

랩에 대한 또 다른 오해도 있어. 거친 욕설이 들어가고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내용이 많다는 거야. 랩은 어떤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도록 내버려 두지. 그 말이 맞든 틀리든 일단은 말할 기회를 주는 거야. 그렇다 보니 사람의 성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가사들이 나와. 일상생활에서도 욕을 하는 사람이 있고 안 그런 사람이 있듯이, 어떤 사람은 랩에서 욕을 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기도 해. 하지만 욕을 쓰지 않고 인기를 얻은 래퍼도 많아.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은 랩에서도 똑같아.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지는 않을지, 진짜 내 모습이 담긴 가사인지 생각해봐야 해.  
 
랩이 문학이라고?  
조선 시대 거리에는 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 책이 아주 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야. 가락을 더한 민요나 판소리로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지.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설화나 민요, 판소리 등을 ‘구술 문학’이라고 해. 맛깔 나는 말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점에서 랩과 비슷하지 않아? 
 
랩은 글로 남겨지는 ‘기록 문학’이기도 해. 자신이 겪은 이야기나 이런저런 생각 거리를 써 내려 간 랩은 한 편의 수필이라고 할 수 있어. 또 ‘청소년들은 왜 머리가 짧아야 하는가!’라며 두발 자유의 필요성을 당차게 설명한 랩은 한편의 연설문이지. 랩에는 흔히 ‘라임’이라고 하는 ‘운율’을 맞추는 기법을 많이 쓰는데, 그래서 랩은 시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 
 
문학뿐만 아니라 역사와 철학, 예술, 그 시대의 사회상도 랩에 담겨 있어. 한 마디로, 랩으로 인문학을 할 수 있다 이거지.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야. 다양한 사람을 잘 이해해야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거든. 랩은 듣는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거라고 했잖아. 랩 하는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거지. 그 사람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만의 다른 점을 찾기도 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랩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어. 
 
“말의 재미를. 살려야. 문학을. 즐길 수. 있다고! 그러니까. 국어 시간에. 꼭. 필요한 게. 랩이야.”
 
랩은 어떻게 쓰지?
랩이 문학이라면 래퍼는 작가야. 자기 생각을 자신만의 랩으로 표현하는 사람.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되고 정확한 음정을 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대신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그 리듬에 어울리는 단어를 고르지.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일이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야 하지. 마치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착상-집필-퇴고-탈고’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도 같아. 물론 어떨 땐 번뜩 떠오르는 영감으로 순식간에 써질 때도 있어. 좋은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평범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줄 아는 시인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해.  
 
일단은 생각나는 대로 손 가는 대로 한번 써봐.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그대로 옮겨 적어보는 거야.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말하듯 생각하듯 써 내려 가. 문장이 좀 엉성해도 괜찮아. 랩을 쓴다고 생각하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돼. 만약 나에게 1분 동안 전국에 방송되는 마이크를 준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이거야’라고 적어보는 것도 좋지. 혹은 불만과 짜증을 표출할 수도 있어. 약간의 반항심은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고 봐. 
 
랩으로 자기소개를 해보는 건 어떨까.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 이름 누구누구’하는 소개는 잠시 넣어둬. 그건 단편적인 정보일 뿐이야.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설명해봐. 언제 기분이 좋고 나쁜지, 싫어하는 건 뭔지,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고 그 이유는 뭔지 같은 거 말이야. 나의 개성, 나만의 색깔이 나타날 수 있도록. 친구한테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적어봐.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게 하는 랩이 재미있어. 사실 첫 문장 쓰기가 제일 어려워. 하지만 첫 번째 줄을 쓰고 나면 그다음은 술술 써질 거야. 
 
우리가 쓴 랩을 들어봐!
자, 이제 심혈을 기울여 쓴 랩 가사를 폼 나게 읽어보자. 말을 더듬는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재밌게 할 수 있어. 화려한 언변보다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해. 말에 아무 억양이 없으면 재미가 없어. 아무리 재밌는 해리포터 시리즈라도 축 처진 목소리로 읽는다면 눈앞에 마법이 펼쳐질 리 없잖아. 랩을 할 때도 가사에 담긴 의미와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아. 말을 빨리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말의 리듬을 음미해봐.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 먹듯 말이야. 밥도 대충 씹어 넘기면 맛을 느낄 수 없지만 여러 번 씹으면 단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라는 문장으로 연습해볼까. 띄어쓰기대로 읽는 건 중요하지 않아. 11개 글자를 분리해서 음절 하나하나를 발음해봐. 소리마다 달라지는 혀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마치 소리가 북채의 두드림처럼 느껴질걸. 문장 안의 운율이나 재미있는 발음의 단어는 그 느낌을 더 살려서 읽으면 좋겠지. 이때 주의할 건 ‘3·6·9’ 게임처럼 ‘삼육구삼육구, 삼육구삼육구…’ 하는 단조로운 억양과 장단을 반복하지 않는 거야. 듣는 사람이 지루하니까. 또 문장 끝에서 억양을 떨어뜨리면 힘이 빠지니까 될 수 있으면 힘을 실어서 읽도록 해.  
 
여기까지 익숙해졌다면 어떤 부분은 속도를 높이거나 반대로 속도를 아주 느리게 해봐.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잠시 침묵으로 공백을 만들어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어. 또, 손과 팔의 움직임으로도 리듬을 표현할 수 있지. 클래식 곡을 연주할 때 지휘자가 손을 휘저어 지휘하는 것처럼 말이야. 꼼짝 않고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것보다 손끝으로 리듬을 느끼면서 들으면 훨씬 재밌거든. 어때, 이제 랩을 한번 해볼 수 있겠어? 겁먹지는 마.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내 얘기를 하면 되니까. 
 
박하재홍 작가는…  
자신을 ‘세상에 하나쯤 있어도 좋을 평범한 래퍼’라고 소개한다. 제주도에 살면서 ‘제주 힙합’을 사랑하는 래퍼이자, 대중음악과 인문학을 버무린 다양한 강의로 전국을 누비는 강사이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추천도서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10대처럼 들어라』를 쓴 작가이다. ‘낭독의 두드림’이라는 이름의 ‘스포큰워드(Spoken Word, 랩처럼 언어의 리듬을 살려 낭독하는 문학 퍼포먼스) 워크숍’을 개발해 널리 알리고 있다.  


래퍼 박하재홍이 알려주는 랩의 세 가지 기술
1. 귀에 쏙쏙 박히는 말투
2. 느리게 빠르게 속도를 타는 목소리의 흐름
3. 중간중간 터트리는 단어의 운율
 
 
2018년 새해, 나의 자작 랩으로 느낌 있게 출발
어제와 같은 하루지만 기분이 새로워.
머릿속에는 365일 하고 싶은 일들이 빼곡  
쓸데없는 욕심으로 덧칠된 것들은 과감히 빼고.  
 
나는 원해, 힙합 속에서 늙지 않는 ‘영감’,  
파괴하지 않고 성장하는 2018년의 연감(年鑑).    
폭탄 대신 더 좋은 음악을 챙겨 넣어,  
 
동물에게도 더 나은 한해가 됐으면 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만들기 위해  
난 오늘도 생각하고 랩을 꺼내  
-박하재홍  
 
2018년에는 더 성실히 살 거야  
미래를 위해    
장래를 위해  
예습복습도 하고 키도 클 거야  
생각도 넓어질 거야  
쉽게 달콤한 단잠에 빠지지 않을 거야  
알람소리를 더 키울 거야  
라고 난 다짐할거야  
-김채리  
 
다가오는 2018년도  
나는 새 취미를 만들 거야  
아직은 딱히 좋아하는 것 없지만  
내년에는 내가 관심을 갖고 좋아할 취미를 만들 거야  
나도 좋아하는 게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내년엔 그게 뭔지 찾아볼 거야  
난 그림 그리는 것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책 읽는 것과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지만 내년엔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꼭 만들 거야  
TV와 폰 보는 시간에 내 취미를 갖는 시간이  
더 많은 한 해가 될 거야~  
-최지혜  
 
2018년에는 동물이랑 친해지고파  
강아지, 고양이 등 무서워하고 싶지 않아  
근데 나도 왜 인지는 몰라  
우선 친구네 집에 가서 같이 먹이도 주고 산책도 해줄 거야  
이제 짖어도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다시 용기를 내 볼 거야!!!  
-최예나  
 
※ 2018년 새해를 맞아 쓴 나의 자작랩
여러분의 자작랩을 소중에 소개해주세요. 글로 써도 좋고, 자작랩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소년중앙(sojoong.joins.com) 자유게시판 '나도 작가다' 코너에 올려주세요. 재미있고 독창적인 랩을 지면에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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