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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사회 변화를 만드는 일에 주말 늦잠도 포기…재미있고 의미도 있었죠

중앙일보 2018.01.08 12:00
지난 12월23일 아산나눔재단 아산홀에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그동안의 활동과정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각 팀은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2월23일 아산나눔재단 아산홀에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그동안의 활동과정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각 팀은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풍기는 빨강·초록의 현수막이 양쪽으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반짝반짝 전구와 예쁜 사진들이 주렁주렁 매달렸어요. 이곳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아산나눔재단 아산홀. 이곳에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들의 잔치가 12월 23일 토요일에 열렸습니다. 중앙일보 청소년 매체와 비영리단체 유쓰망고(구 씨타임, 단체명 변경)가 함께 진행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지난 10주 동안 활동해 온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였죠. 아산나눔재단이 이번 뜻깊은 잔치를 후원했어요.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발표회를 위해 참가팀들은 아침 일찍부터 모여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요.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수정하고 발표 내용을 계속해서 들여다봅니다. 팀별로 리허설도 했죠. 여러 번 연습했는데도 앞에 서니 웬일인지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만 같습니다. 팀마다 주어진 10분 안에 10주간의 활동 내용, 느낌, 배운 점 등을 전달하기 위해 서로 열심히 피드백도 해줬습니다. 
 
리허설로 최종 점검을 마친 참가자들은 노란색의 기념 티셔츠를 입고 행사장에 들어섰습니다. 친구·부모님·학교 선생님 등 청소년 체인지메이커들의 성장 일기를 궁금해하는 손님들이 자리를 채웠어요. 먼저 임세은 유쓰망고 대표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임 대표는 “교과서나 문제집에 제시된 문제의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하던 아이들이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것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문제인지 살펴보는 과정을 가졌다”면서 “서울역, 길거리, 시장통 등 학교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가를 직접 인터뷰하는 시간도 있었다”며 참가자들이 10주 동안 어떤 여정을 거쳐 왔는지 전했습니다.
  
"어린이로서 보호만 받다가 이번에 중학생이 되어 학교 밖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인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청심국제중팀.

"어린이로서 보호만 받다가 이번에 중학생이 되어 학교 밖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인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청심국제중팀.

그리고 각 팀의 발표가 이어졌어요. 첫 번째로 ‘비 오는 날 지하철에서의 불편함’을 문제로 제기한 청심국제중 팀이 무대에 섰습니다. 이 팀은 10개 지하철역을 찾아가 역무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단 두 곳에서만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해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감 캠페인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종합한 결과 현실적으로 찾은 해법은 비 오는 날 지하철역 입구부터 카펫을 까는 것이었습니다. 또 ‘우산의 물기를 털고 들어와 주세요’라는 안내판도 설치하고요. 김지광(경기도 청심국제중 1)군은 “작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어린이로서 보호만 받다가 이번에 학교 밖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인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어요.  
 
청소년 인성교육 문제를 고민한 성양디자인 팀.

청소년 인성교육 문제를 고민한 성양디자인 팀.

다음으로 성양디자인 팀(신성중·양명고·안산디자인문화고)이 ‘청소년 인성교육의 문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성교육의 의무화’에 문제의 초점을 맞췄던 성양디자인팀은 설문조사를 시행한 후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현재의 인성교육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답을 찾기 위해 1월 중순에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 담당 장학사와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을 잡았죠. 프로젝트가 끝나도 이 팀의 체인지메이킹 활동은 계속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강태영(경기도 양명고 1)군은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과 저희의 이야기를 ‘유쓰망고 빠띠(의견 교류 플랫폼)’에 올려 공유하겠다”고 다짐했어요.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눌수록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는 걸 알았죠." 여강고 YG SHIFT 팀.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눌수록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는 걸 알았죠." 여강고 YG SHIFT 팀.

이번에는 경기도 여주시에서 온 여강고 팀의 차례입니다. 등하굣길에 있는 ‘당우교’의 안전 문제를 들고 왔죠. 매일 학생들이 직접 겪는 문제다 보니 더욱 열의가 넘쳤던 팀입니다. 문제가 되는 현장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당우교에서 실제로 다친 학생과 주변 시민을 인터뷰했죠. 면사무소를 찾아가고 여주시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도 제기했습니다. 또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모아 여주시 담당 부서에 이메일도 보냈어요. 결국 해당 부서는 ‘상반기 중 당우교에 가로등을 설치하도록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줬습니다. 허범현(경기도 여강고 2)군은 “가로등 설치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문조사와 공감 캠페인을 통해 안전 울타리 설치, 야광벨트 부착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눌수록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어요. 허군은 앞으로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며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버스정류장 문제에 주목한 수성고 팀.

버스정류장 문제에 주목한 수성고 팀.

수원시 수성고등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수성 팀은 ‘버스정류장’에 주목했죠.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 버스를 탈 때면 출입문으로 승객이 우르르 몰려 혼잡해지기 일쑤죠. 또 내가 타려는 버스가 저 뒤에 서면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가서 타야 했던 경험, 아마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겁니다. 이 문제를 고민해 온 수성 팀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몇 가지 내놨는데요. ▲버스정류장에 승차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 승객들이 미리 가격을 지불하면 운전기사가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를 알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정류장을 벗어난 곳에서 탑승하는 승객에게는 거리에 비례한 요금 부과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센서 설치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 탑승하는 승객이 있을 때 경고음 방송 등입니다.  
 
수성 팀 참가자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마친 소감을 ‘과정·실패·소통·공감·자신감·아쉬움·미안함·고마움’ 등의 단어로 표현했어요. 김왕성(수원 수성고 2)군은 “길에서 공감캠페인을 한 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서로 잘잘못을 따지고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실패 또한 일을 진행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죠. 관객석에서 발표를 들은 권기효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대표는 “어른의 시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문제를 청소년의 눈으로 발견하고 도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관공서 등에서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당당하게 의견을 외치라”고 격려했어요.  
 
부실한 성교육의 실태를 지적한 어라연히프제 팀.

부실한 성교육의 실태를 지적한 어라연히프제 팀.

마지막은 어라연히프제 팀(원광고‧창덕여중)이 장식했습니다. ‘청소년 성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나섰죠. 10주 동안의 프로젝트 과정을 한 단계씩 착실히 밟아온 팀입니다. 학교 보건선생님 인터뷰, 성교육 실태에 대한 교내외 설문조사, 성교육 전문가 인터뷰, 청소년의 음란물 노출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거쳤어요. 박정빈(서울 창덕여중 1)양은 “많은 사람이 현재의 성교육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성과 관련해 청소년이 노출된 환경의 실태를 알리기로 했죠. 첫 번째 방법으로 창덕여중 내에서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성 토크콘서트를 진행했어요. 또 ▲우리만의 성교육 표준안 만들어보기 ▲올바른 성 지식을 담은 동화책으로 초등학생에게 이야기해주기 ▲성 토크콘서트 확산시키기 등의 방안도 계획했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관객들과 자유롭게 질문과 의견을 주고받는 미니 토크쇼 코너를 가졌어요. 매주 워크숍 참석을 위해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던 김지훈(전북 원광고 2)군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어요. 토요일 아침 늦잠을 포기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을 묻자 지훈군은 “의미 있고 사회에 변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느꼈고, 무엇보다 재밌었다”고 대답했죠.  
  
참가팀과 청중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은 미니 토크쇼.

참가팀과 청중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은 미니 토크쇼.

범현군도 소감을 보탰죠. “매주 힘든 순간이 있었고 학생 신분으로 한계를 느낀 적도 많았지만, 문제가 해결됐을 때를 생각하며 활동을 이어나갔어요.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졸업한 후에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밖에도 참가자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청소년 인성교육·성교육의 실태에 대한 뒷이야기, 팀 활동으로 인해 겪은 갈등과 화해의 과정, 가장 힘들었던 점 등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권기효씨는 "청소년도 당당하게 의견을 외치라"고 응원했다.

권기효씨는 "청소년도 당당하게 의견을 외치라"고 응원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이유림(경기도 수주고 1)양은 “학교에서 체인지메이커에 대해 듣고 관심이 생겨서 왔는데, 실제로 와보니 말로만 들은 것보다 더 멋진 것 같다”면서 “이런 프로젝트가 또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고 학교에 체인지메이커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윤설화(가톨릭대 국제학부 4)씨도 프로젝트 참가자들을 응원했습니다. “저도 중학생 때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아서 프로젝트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때의 작은 경험이 이후 제게 많은 영향을 주고 사회에 계속 관심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됐어요. 오늘 발표한 학생들에게도 이번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쓰망고(YouthMango)
청소년들의 체인지메이커 무브먼트를 촉진하는 비영리단체로, ‘망설이지 말고 고(go)하자’는 의미의 이름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단체 아쇼카(Ashoka)의 유스벤처 프로그램에 대해 국내 단독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 아쇼카는 청소년들이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유스벤처(Youth Venture)’를 지난 2015년 국내에 도입해 200곳 이상의 학교에서 진행해왔다.  
 
빠띠(교류 플랫폼) youthmango.parti.xyz
페이스북 www.facebook.com/YouthMango
체인지메이커 무브먼트 www.youngchangemaker.org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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