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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배후에 미국' 주장한 이란 "초등 영어 교육 금지"

중앙일보 2018.01.08 09:21
지난해 11월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 검거 사건' 30주년을 맞아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란 여학생들. 이란 국기 색깔을 덧칠한 손에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페르시아어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테헤란 주재 미대사관 검거 사건' 30주년을 맞아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란 여학생들. 이란 국기 색깔을 덧칠한 손에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페르시아어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반정부·반기득권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한 이란이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외세 개입’을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보수 강경파의 반미 노선이 반영된 정책으로 풀이된다.
 

교육위원장 "영어 교육이 서구 '문화 침략'에 문호 열어"
교과외 영어 교육도 금지 시사… 교사들 "현실성 없어"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이란 고등교육위원회의 메흐디 나비드-어드함 위원장이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나비드-어드함 위원장은 "초등학교 공식 교과목에 영어를 포함하는 것은 위법"이라면서 “어린 나이에 영어를 배우는 것은 서구의 ‘문화 침략’에 문호를 열어주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란 문화에 대한 기틀이 다져진다”면서 교과외 영어 교육 또한 금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란에선 영어 공교육이 중학교부터 시작된다. 1주 5시간 가량이다. 하지만 많은 이란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2시간 정도 기초 영어를 배우고 있고 초등학생용 사설 영어학원 또한 활발하다.
 
나비드-어드함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시위 사태에 대해 이란 지도부가 '외부 세력의 침투'를 원인으로 지목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생고를 호소하면서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시위는 최소 21명의 사망자를 내고 전국 80여개 도시에서 1000여명이 체포됐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외부의 적들이 배후에 있다”면서 화살을 미국·이스라엘 등에 돌렸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중앙포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중앙포토]

앞서 하메네이는 2016년 영어 조기 교육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외국어를 일찍부터 가르치면 외국 문화가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만연하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영어를 우리 돈을 들여 가르치는 게 말이 되냐”며 외국어 교육에 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 등도 두루 포함시킬 것을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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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책이 실제 실행될지에 대해서 현직 교사들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한 교사는 “교육부가 사회와 동떨어져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영어 교육이 주요 사립학교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란은 2013년 온건·개방파 로하니 대통령 취임 이후 영어 교육 및 인터넷 확산 등이 가속화돼 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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