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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페미니즘 강연한 학생들 무더기 징계”

중앙일보 2018.01.08 09:19
한동대 전경. [중앙포토]

한동대 전경. [중앙포토]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기독교계 사립대학인 한동대에서 교내 동아리가 주최한 페미니즘 강연을 문제 삼아 관련 교수와 학생들에 대해 무더기 징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8일 학내 학술동아리 ‘들꽃’은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영문학자이자 페미니즘 문화운동단체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인 임옥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페미니즘 저술가인 홍승은·승희씨를 초빙해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을 소개하고 성매매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토론하는 자리였다.  
 
들꽃에 따르면 한동대 측은 강연 일정이 알려지자마자 “강연을 강행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취소를 종용했다. 학생들이 강연을 강행하자 학생처장과 교목실장 등은 피켓을 든 학생 20명을 대동하고 강의실에 들어와 강연을 지켜봤다. 피켓에는 ‘학생들에게 자유 섹스하라는 페미니즘 거부하라’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윤리 파괴하는 페미니즘 반대한다’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동대에는 이 강연이 “페미니즘의 가면을 쓰고 동성애를 합리화한다. 성매매를 교묘하게 성노동으로 표현한다”며 “강연을 주최한 학생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교수들을 징계해달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학교 측은 지난달 14일 학생지도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강연을 주최한 ‘들꽃’ 회원 3명은 물론, 강연을 듣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후기를 올린 학생 등 일반 참석자 2명까지 징계위에 회부됐다.  
 
학교 측은 또 이 강연을 듣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학생에게 추가 점수를 주겠다고 한 나윤숙 국제어문학부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교원인사회까지 열었다.  
 
더불어 대자보에서 ‘들꽃’ 지도교수로 지목된 김대옥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재임용 거부 통지서를 받았다. 김 교수의 해임 처분이 알려지자 한동대 교수협의회는 “교수·학생에 대한 마녀사냥식 사상검증을 중단하라”며 우려를 표했다. 동문들도 ‘김대옥 교수 부당 재임용 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모임’을 결성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 교수는 “부당한 절차와 부당한 결정, 그것을 낳게 하는 미숙한 신학과 편견과 오만들에 맞서고자 한다”며 “한동의 체질 개선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게 교회냐’ ‘이게 대학이냐’를 외치는 소수의 그리스도인 역시 ‘신앙으로 포장된’ 오랜 구습의 관행을 쉬이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처럼 동료를 손쉽게 제거해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들뿐 아니라 이런 일의 부당함을 알고도 어떤 이유에서든 침묵하는 이들의 암묵적 동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판단한다”며 “아쉽지만, 지속해 가려 한다”고 학교 측의 재임용 거부에 맞서 싸울 뜻을 밝혔다.  
 
한동대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파악할 의무가 있으며 아직 징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김 교수는 정량적인 평가 점수가 미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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