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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UAE와 비공개 군사개입 협정 … 문 정부, 바꾸려다 갈등"

중앙일보 2018.01.08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체결된 군사협력 양해각서·약정에 UAE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파병 한국군이 자동개입한다는 내용이 비공개로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독소조항’으로 본 문재인 정부가 협정 수정을 요청하자 UAE가 강력 반발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에 급파됐단 것이다.
임종석 실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현지시간) UAE 아크부대 김기정 부대장과 임무수행 중인 장병들을 방문했다. 임 실장은 중동지역 파견부대의 모범 사례로 손 꼽히는 아크부대의 부대장과 장병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선물하며 격려했다. [사진 청와대]

임종석 실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현지시간) UAE 아크부대 김기정 부대장과 임무수행 중인 장병들을 방문했다. 임 실장은 중동지역 파견부대의 모범 사례로 손 꼽히는 아크부대의 부대장과 장병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선물하며 격려했다. [사진 청와대]

 

정부 소식통이 밝힌 배경
송영무 ‘독소조항’ 수정하려 방문
UAE 반발하자 임종석 긴급 투입

MB 외교라인 “UAE 요구 응한 것
국제정세 감안해 비밀리에 진행”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7일 “이명박(MB) 정부가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수주할 때 UAE의 특수전 병력을 가르치는 목적으로 아크부대(UAE 군사훈련협력단)를 파병하는 것을 넘어 상호방위군사조약에 가까운 군사협력을 UAE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UAE에 무기를 팔면 해당 무기의 운용법을 UAE군에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한국군을 파병한 뒤 사실상 UAE의 방위를 한국이 일부 분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군사협력이지만 사실상 군사동맹이라는 해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3월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왕세자와 브리카 원전예정부지 기공식에서 참석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 = 사진공동취재단 KPPA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1년 3월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왕세자와 브리카 원전예정부지 기공식에서 참석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 = 사진공동취재단 KP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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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부 내부에선 북한과 대치 중인 안보 현실에서 외국을 지킬 여력이 많지 않고, UAE의 가상 적국인 이란이 한국의 주요 석유 수입국인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원전 수주 경쟁국인 프랑스가 핵우산 제공, 연합군사훈련 실시 등의 지원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우리도 강도 높은 군사협력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더 우세했다고 한다. 그래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약정과 양해각서 형태로 협정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미공개 합의 내용엔 유사시에 아크부대가 UAE 왕정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MB 정부 외교라인의 고위 관계자도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중동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중동에서 가장 개방된 나라인 UAE를 꽉 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그래서 원전 수주를 계기로 UAE가 요구하는 걸 응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동은 당사자가 여럿이기 때문에 민감한 정세를 감안해 (군사협정은) 비밀리에 해야 한다고 봤다"며 "이제 와서 이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임 실장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임 실장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2010년 11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한·UAE 사이에) 극소수만 봤던 비밀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관련 문서 열람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양국이 합의한 바가 있어서 열람이 제한된다”며 거부했다.
 
외교 소식통은 “MB의 비밀합의 문건이 현 정부 들어서 외교부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발견됐다”며 “송 장관이 지난해 11월 UAE를 방문해 ‘독소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의 UAE 방문엔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가 동행했다. 이 소식통은 “외교부 차관보가 국방부 장관의 해외 순방에 같이 간 건 이례적”이라며 “윤 차관보가 송 장관과 동행한 것은 조약 또는 조약에 준하는 문서 체결 사항을 논의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UAE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일 방한하면 양국 사이에 이번 논란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나 UAE 모두 과거 비밀합의의 내용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전모가 공개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재·송승환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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