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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인도와 윈윈하려면 … 한류 일방 진출보다 파트너 돼야

중앙일보 2018.01.08 01:00 종합 16면 지면보기
신시장, 남쪽으로 가자 <하> 상생 교류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인 ‘코엑스 푸드 위크 2017’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아세안 10국의 식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인 ‘코엑스 푸드 위크 2017’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아세안 10국의 식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와 외교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한국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비롯한 이른바 ‘남방’ 국가들과 국제협력을 확대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우선 거액 투자를 앞세운 중국·일본이나 글로벌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 등과 경쟁하기부터 버겁다. 사회적 인프라 건설을 열망하는 동남아 국가들로선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려면 대규모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한국형 국제협력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서로 협력해 현지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월드뱅크(WB) 등 국제기구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중·일과 달리 동남아와 역사적 앙금이 없어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점령의 과거사 문제가 있는 일본보다 유리한 입장인 측면도 있다”며 “한국이 필요할 때만 손을 내미는 존재가 아닌 지속해서 협력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동남아와 인도 등과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미래형 첨단산업 개발협력도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한국은 이미 국제적으로 IT(정보기술)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활용해 다른 국가와 협력해 전자 상거래, 스마트 공장 등의 분야를 함께 개척할 수도 있다. 훌륭한 공과대학이 있는 싱가포르·인도 등은 좋은 상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특히 동남아와는 일방적인 상품·한류 시장 확대가 아닌 상호 이익과 존중에 기반을 둔 상생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라며 "그래야 지속적인 상호 발전이 가능해진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한국과 사뭇 다른 동남아와 남아시아의 역사와 전통, 제도와 문화다. 지역 내부에서도 국가별로 서로 규범과 지향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좋게 말하면 다양성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기준이 제각각이고 시기별로도 혼란스럽다. 특히 이들 지역의 경영 환경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사뭇 판이하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 12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인도산 철광석을 원료로 열연강판 등을 만드는 제철소 건립 계획이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이와 관련이 크다. 중앙정부는 투자를 환영했지만, 이주비용과 환경 훼손 등을 빌미 삼은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제철소 건설은 오랫동안 난항을 겪고 있다. 개발이나 성장보다 지역 주민의 불만에 더욱 신경을 쓰는 현지 특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연구와 국가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외국어대 김홍구 태국어과 교수는 "해외 투자 시 가장 우선하여 검토해야 할 것 중 하나는 한국 상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현지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현지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검토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호 협력 전략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가별로 서로 다른 이들 지역의 법률과 관례 등을 정부 차원에서 연구하고 정보를 비축해 현지 국제협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얀마포스코의 고금만 법인장은 "이곳은 정확한 통계 확보가 어렵고, 정부 인허가 등이 예측 불가능한 점 때문에 사업이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행정과 법률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도 많다 보니 사업절차가 미뤄지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현지를 연구하고 정보망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협력 사업을 펼치는 민간단체나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지인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기본이다. 베트남에서 골프장갑을 생산하는 ‘하동’의 허호석 부사장은 "베트남은 인간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우선 사업 파트너와 신뢰를 쌓고 장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가장 경계할 점은 경제력이 있다고 다른 문화를 깔보는 거만한 태도이며, 가장 신경 쓸 점은 직원들과의 밀접한 스킨십”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삼성의 베트남에서의 ‘현지 협력’ 중심의 사업 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스마트폰·가전제품 생산기지로 삼으면서 현지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품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해 동반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협력사는 200여 개로 전체 글로벌 협력사의 5% 수준인데 이들이 현지 생산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50% 이상을 공급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 사람 지향’ 이념은 한국 정부의 국정철학과 궤를 함께한다”며 "인적 협력 중심의 한국형 국제협력 모델을 개발해 접근하면 환영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재팀=채인택 국제전문기자, 최익재·강혜란·손해용·박유미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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