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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암호화폐 3대 시장된 한국, 규제로 못막는다

중앙일보 2018.01.08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택시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콜버스를 창업했지만 정부 규제로 무력화 된 2년 전이 떠올랐다. 안타까운 역사가 반복될까 걱정스럽다. 암호화폐 덕에 한국이 세계 최대 금융허브가 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시장이 됐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선 이 자리를 미국, 영국, 홍콩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 상황을 매우 걱정스럽게 보는 모양이다.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인터넷 혁명을 몰고 올 것이다. 블록체인은 중개자가 필요 없는 인증기술이고 ‘자산의 디지털 직거래’가 가능하다. 비트코인을 통해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 현금거래가 가능해졌다. 나아가 증권, 부동산, 저작권 등 모든 자산 소유권을 인증기관이나 중개자 없이 거래할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핵심기술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겠다는 정부가 그 실체인 블록체인을 규제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암호화폐 열풍은 한국이 세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지난해 9월 중국이 위안화 고정환율제를 지키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금지한 덕에 중국 자금까지 한국으로 몰리면서 얼떨결에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일본은 이 기회를 잡으려고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기반 선물거래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관치금융을 지속시킬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9년 이후 원화 가치는 20% 이상 하락했다. 반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수십만배 올랐다. 비트코인은 정부가 중앙은행과 공모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그 이익을 취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부동산 등 현물자산이 많은 부자들에 비해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이 대부분인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피해를 봐왔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집 살 돈 없는 서민들이 해마다 가치가 떨어지는 예금 대신 암호화폐를 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화폐의 본질은 정부의 보증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이다.
 
한번 탄생한 기술은 아무리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 100원어치의 비트코인도 사보지 않은 공무원들이 어떻게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규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 19세기 영국은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규제했다가 독일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구한말 조선은 쇄국정책을 펼치다 열강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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