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실화 사이 '1987'의 숨은 디테일 8가지

중앙일보 2018.01.07 15:33
영화 '1987'에 대학 신입생으로 등장하는 인물 연희(김태리 분), 사진=CJ E&M

영화 '1987'에 대학 신입생으로 등장하는 인물 연희(김태리 분), 사진=CJ E&M

슬프고도 뜨거웠던 1987년을 담은 영화 '1987'. 실제 사건·상황·인물은 물론이고 소품이나 장소 등의 디테일에도 공을 들여 시대 분위기를 흥미롭게 살려냈다. 그 중요한 포인트 8가지.  
 
1.물 묻은 안경
영화 '1987'는 소품, 촬영장소 등에서도 1987년 당시 사건과 그 무렵의 분위기를 섬세한 디테일로 담아내려고 했다. 사진 CJ E&M

영화 '1987'는 소품, 촬영장소 등에서도 1987년 당시 사건과 그 무렵의 분위기를 섬세한 디테일로 담아내려고 했다. 사진 CJ E&M

=영화 초반 경찰의 물고문으로 대학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스크린에는 물 묻은 안경이 또렷이 비춰지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던 박종철의 유품이다. 제작진은 그의 고향 부산에서 지난해초 열린 박종철 열사 30주기 행사에서 유가족과 만났다. 유가족은 영화화를 기꺼이 허락하는 것과 더불어 안경을 빌려줬다. 영화에 안경만 나오는 장면은 이 유품으로, 극 중 배우가 사용하는 안경은 유품을 모델로 똑같이 제작한 것으로 촬영했다.   
 
2.타이거 운동화
2015년 3개월의 과정을 거쳐 복원한 운동화는 이한열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 중앙포토]

2015년 3개월의 과정을 거쳐 복원한 운동화는 이한열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 중앙포토]

=영화 곳곳에 거듭 등장하는 운동화 역시 실화가 담긴 중요한 소품이다. 'TIGER(타이거)'라는 상표가 뚜렷한 이 제품은 국내 신발산업의 주요 생산기지였던 부산의 한 업체가 만들었던 브랜드다. 실제 이한열 운동화는 세월과 함께 크게 손상됐던 것을 2015년 미술품복원전문가 김겸 박사의 손을 통해 복원, 현재 이한열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제작진과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가 협약을 맺어 제작, 촬영을 위해 만든 것이다.     

 
3.명동성당과 대공분실

영화 '1987'. 사진 CJ E&M

영화 '1987'. 사진 CJ E&M

영화 '1987'. 사진=CJ E&M

영화 '1987'. 사진=CJ E&M

=사건의 전모가 은폐, 축소되고 있음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미사 도중 폭로하는 장면은 실제 명동성당에서 촬영했다. 명동성당에서 한국영화가 촬영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남영동 대공분실도 마찬가지다. 사건 초반 최검사(하정우 분)와 박처장(김윤석 분)이 맞부딪히는 장면과 테니스장 장면은 대공분실 별관 뒤편, 박처장이 요원들을 모아놓고 훈시하는 장면은 본관 앞, 가족들이 항의시위를 벌이는 장면은 입구에서 찍었다. 민주화 운동 인사 등을 가두고 고문했던 대공분실은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변신, 박종철기념관·조사실 등이 일반에 공개돼 있다. 
 
4.해운정사와 충무교회
영화 '1987'의 촬영현장. 사진=CJ E&M

영화 '1987'의 촬영현장. 사진=CJ E&M

영화 '1987'의 촬영현장 중 하나인 충무교회. 사진 CJ E&M

영화 '1987'의 촬영현장 중 하나인 충무교회. 사진 CJ E&M

=반면 영화 속에서 민주화 운동 인사 김정남(설경구 분)이 사찰과 교회에 차례로 몸을 숨기는 동선은 극화된 것이다. 종교계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자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무렵 김정남이 몸을 숨긴 곳은 지인의 집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속 사찰장면은 추격전이 벌어질 만한 공간이 있는 곳을 찾아 부산의 해운정사, 교회는 옥상과 첨탑이 있는 곳을 찾아 통영의 충무교회에서 촬영했다. 특히 아슬아슬하게 체포위기를 넘기는 장면의 스테인드글래스는 제작진이 교회 유리창에 직접 만든 것이다.  
 
5. 연희와 연희 슈퍼
영화 '1987'의 촬영현장. 사진 CJ E&M

영화 '1987'의 촬영현장. 사진 CJ E&M

=이처럼 '1987'의 주요 등장인물은 대부분 실존인물을 실명 그대로 본따거나 실존인물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낸 캐릭터다. 유일한 예외라면 대학 신입생으로 등장하는 연희(김태리 분)다. 동네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엄마, 교도관인 삼촌과 함께 사는 연희는 남모를 가족사의 아픔 때문에 쉽게 시위에 동참하지 않는 인물이다. 가상인물인 연희네 생활터전 '연희네슈퍼'는 옛 정취를 간직한 곳을 찾아 목포 서산동에서 촬영했다.
 
6.마이마이
영화 '1987'. 사진 CJ E&M

영화 '1987'. 사진 CJ E&M

=연희가 실존인물이 아니니 대학입학을 기념해 삼촌이 마이마이를 선물로 주는 설정도 실화일 리 없다. 하지만 마이마이가 그 시절 청소년에게 무척 탐나는 물건, 현재의 중장년에게 추억 돋는 아이템인 건 사실이다. 1981년 처음 시판된 마이마이는 작은 크기로 휴대하고 다니며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는 특징 자체가 혁신적이었던 전자제품이다. 테이프의 한 면이 재생되면 자동으로 반대 면이 재생되는 ‘오토 리버스’ 기능도 자랑거리였다.   
 
7.신문과 잡지
영화 '1987'. 사진=CJ E&M

영화 '1987'. 사진=CJ E&M

영화 '1987'. 소품, 촬영장소 등에서도 1987년 당시 사건과 그 무렵의 분위기를 섬세한 디테일을 담아내려고 했다. 사진 CJ E&M

영화 '1987'. 소품, 촬영장소 등에서도 1987년 당시 사건과 그 무렵의 분위기를 섬세한 디테일을 담아내려고 했다. 사진 CJ E&M

=연희네슈퍼 판매대에 꽂혀있는 중앙일보는 실제 1987년 5월 29일 발행된 중앙일보 1면과 아주 흡사하다. 큰 차이점이라면 1면 톱기사 안에 당시 실제 인물들의 사진 대신 박처장 역의 김윤석 등 '1987''의 출연 배우들 사진이 실려 있는 신문이란 점. 'TV가이드''선데이서울'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잡지 역시 극 중 쓰임새는 극화된 것이지만 실제로 대중적인 큰 인기를 누렸던 주간지들이다.  
 
8.그 날이 오면

1987년 7월 인파로 가득찬 서울 시청 앞 광장 모습. [사진 중앙포토]

1987년 7월 인파로 가득찬 서울 시청 앞 광장 모습. [사진 중앙포토]

=영화의 마지막은 1987년의 실제 모습과 함께 문승현 작사·작곡의 ‘그 날이 오면’이 장식한다. ‘한 밤의 꿈은 아니리~’로 시작하는 이 서정적 노래는 당시 대학생과 민주화 운동 세력 등에서 널리 불렀던 민중가요다. 80년대말 나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음반에도 실려 있다. 영화에 나오는 버전은 이한열과 같은 연세대 86학번 등으로 구성된 이한열합창단의 목소리다. 이 영화를 위해 새로 불러 녹음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